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받은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 최 이사장은 한불 관계 증진 및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한국 여성 최초로 받았다. 2025.5.15/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CICI 최정화 이사장(한국외대 명예교수)이 한불 관계 증진에 대한 공로로 프랑스 국가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장교장)'(Legion d'Honneur Officier) 훈장을 받았다. 한국 여성으로 최초의 수훈자다.


최 이사장은 1986년 프랑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통번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ESIT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귀국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30여년간 제자들을 키워냈다. 또한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설립해 활발한 문화교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1은 15일 '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된 수훈식 직후 최 이사장을 만나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받은 소감을 비롯해 그간의 활동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았다. 2025.5.15/뉴스1


-한국 여성 최초로 '오피시에' 수훈자가 된 소감은.

▶2003년 기사장을 받을 때도 감격스러웠지만, 이번 오피시에 수훈은 지난 20여년간의 여정이 다시 떠오르는 깊은 울림의 순간이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훈장을 받게 되어 더없는 영광이고, 이 자리가 있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 훈장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불 문화교류에 헌신해 온 수많은 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상이다. 늘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잇는 보이지 않는 가교가 되었으면 했는데, 이러한 영예로운 훈장을 받으니 큰 격려가 된다. 앞으로 계속 더욱 돈독하고 역동적인 한불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

-한불 문화교류 활동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 때 프랑스에서 K-팝 콘서트가 열렸는데, 대형 행사장에 프랑스인 수천 명이 한국어로 BTS(방탄소년단) 노래를 따라 하는 것을 보고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또 유튜브를 통해 프랑스 문화와 인물을 소개하며, 양국 국민 간의 거리감을 줄였다는 점도 큰 보람이다. 특히 르 코르뷔지에에게 사사한 김중업 건축가가 한국식 건축 스타일로 지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재개관 행사를 참석하고 영상으로 소개했던 때와 자크 아탈리, 시사만화가 플랑튀 같은 인물들과의 인터뷰도 뜻깊은 기억이다.

-레종 도뇌르 '기사장'에 이은 '오피시에' 수훈의 의미는.

▶이 훈장은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격려이자 한층 더 막중한 책임의 부여라고 생각한다. 한불 관계를 더욱 돈독히 잇고, 다음 세대에게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더욱 힘쓰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에 힘을 얻어 앞으로도 문화와 언어,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은 한불 관계 증진 및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한국 여성 최초로 받았다. 2025.5.15/뉴스1


-과거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 경력이 많은데, 그 원동력은.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처럼,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해 온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창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어는 그냥 언어가 아니라 제게는 하나의 세계다. 끊임없는 배움과 나눔이 나를 이끌어온 길이라고 생각한다.

-CICI 설립 후 활동이 활발한데, 가장 보람 있었던 사례는.

▶매년 개최하는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부터 에드워드 리 셰프, 김연아 선수, 탕웨이 배우, 넷플릭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작가까지 다양한 수상자를 통해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상을 통해 한 명의 외국인이라도 한국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면 그 자체로 큰 보람이다. 공모전이 포함된 문화소통포럼도 소중한 의미다. 올해는 지속 가능한 K-스타일을 주제로 영상 공모전을 개최한다. 특히 6월 12일에는 외국인들에게 K-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한국어로 발표하는 소통 경연대회를 열심히 준비 중이다.

-2020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은.

▶코로나19 때 사람들을 대면하는 만남이 어려워져, 비대면으로 문화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문화권의 문화와 인물을 소개하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함께 보여주는 콘텐츠를 더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특히 AI와도 결합된 콘텐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통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유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어려움은.

▶프랑스 유학 자체가 당시로서는 도전이었다. 특히 동시 통역과 순차 통역을 모두 해야 하는 국제회의 통역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어가 곧 사고와 감성, 문화와 가치관을 모두 아우르고 담아낸다는 것을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웠다. 그때 부족한 어학 실력과 타문화에 대한 무지로 좌충우돌하며 직접 피부로 겪은 여러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큰 자산이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은 한불 관계 증진 및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한국 여성 최초로 받았다. 2025.5.15/뉴스1


-30여년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양성해 온 많은 제자에게 가장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 있다면.

▶기술적인 통역 능력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전달을 강조했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믿었고,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쳐 왔으며 언어는 움직이는 생물이라 늘 연마해야 하고 세상 현안을 꿰뚫고 있어야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 늘 지적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38권에 달하는 많은 저서가 있는데, 향후 집필 계획이 있는지.

▶그동안 책을 통해 내 생각을 나눌 기회가 많았던 만큼, 언젠가 다시 펜을 들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구체적인 집필 계획은 없다. 다만 앞으로도 언어, 문화, 그리고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즐겁고 기쁨이 충만하게 지내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한 때가 오면 다시 자연스럽게 집필할 것이다. 아마도 수필 형태가 될 것 같다.

-AI 시대에 번역자와 통역자의 역할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AI의 발전으로 단순 번역은 기계가 대체하겠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문화적 맥락의 이해', '감정의 전달', '미묘한 뉘앙스의 조율'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 통·번역자는 정보 전달자가 아닌 '문화 해석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 생각한다. AI가 여러 면에서 시간 단축 등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더욱 높은 수준의 통번역 능력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