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4 시즌 K리그1 최종 순위가 10위였고 2025 시즌 3월까지도 10위였던 팀이 있다. 프로축구를 꽤 좋아하는 팬도 답이 '전북현대'라고 맞히긴 쉽지 않다. 전통의 명가 전북현대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순위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전북이 조금씩 힘을 회복하더니 어느새 선두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왕년의 '닥공(닥치고 공격)' 본능이 살아난다면, 당장 이번 주 '1위 전북'이 가능하다.
전북현대가 17일 오후 4시 30분 FC안양을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K리그1 14라운드를 치른다.
현재 전북은 승점 25점(7승4무2패)으로 대전하나시티즌(8승4무2패 승점 28점)에 3점 뒤진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북이 대전보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임을 고려하면 격차가 거의 없다. 여기저기서 '알고 있던 전북'으로 되돌아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9년 클럽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이후 K리그를 지배한 '왕조'였다. 2017년부터 2021시즌까지 K리그 5연패 대업을 달성한 것을 포함, 수시로 정상에 오르며 통산 최다우승(9회)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최강희 감독 시절 뿌리내린 '닥공'이라는 화끈한 색깔과 함께 인기 구단으로도 발돋움했다. 그랬던 전북이 지난 두 시즌 초라하게 추락했다.
2023년 최종 순위가 4위로 끝났을 때만해도 '오랜만에 헛발질' 정도로 여겼다. 물론 4위도 최악에 가까웠다. 전북의 레전드로 은퇴한 이동국은 현역 시절 "전북은 이제 3위를 해도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팀이 됐다"며 자랑스러운 푸념을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아예 10위로 망신을 당했다. 강등을 피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펼쳤으니 믿을 수 없는 몰락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던 선수단은 "앞서고 있어도 불안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축됐다.
어렵사리 생존에 성공한 전북은, '전북다움'을 되찾아줄 새로운 사령탑을 찾았고 국내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네임벨류의 지도자 거스 포옛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전북 팬들도, 다른 구단들도 관심이 컸다.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전에서 김천을 2-1로 꺾을 때만해도 좋았으나 이후 4경기에서 2무2패로 부진했고 작년 순위 10위까지 다시 내려가자 '명가의 붕괴'가 지속되는 것 아닌가 안팎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6라운드 FC안양과의 경기에서 지독한 수비축구로 일단 승리(1-0)의 감을 되찾은 뒤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이후 두 달 동안 전북은 리그 9경기에서 6승3무 무패행진을 달리며 순위를 계속 끌어올렸다. 공격력은 '닥공'에 아직 부족하나 리그 최소실점(13경기 1실점)에 빛나는 단단한 조직력으로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전북 관계자는 "아직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작년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올 시즌도 출발이 불안해 사실 걱정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잡는 것 같다. 감독님 색깔이 점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감독님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아주 두텁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16강에서 리그1위 대전을 3-2로 꺾으며 8강에 진출한 것까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북은 내친걸음 10경기 무패를 노린다.
안양을 상대로 3골 이상 넣고 승리 시 리그 1위에 오를 수 있다. 다음날(18일) 경기하는 대전의 결과에 따라 '일일 천하'가 될 수도 있으나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경기다.
선봉장은 역시 K리그1 득점 1위 전진우다. 어느덧 8골로 득점 레이스 선두에 올라 있는 전진우는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4월 최고의 활약을 펼쳐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로 뽑힌 전진우는 이날 시상식도 갖는다.
안양전에는 반가운 얼굴도 전주성에 온다. 지난 2021년 전북에 입단, 3년간 활약하다 지난해 1월 잉글랜드 버밍엄 시티FC로 이적한 국가대표 미드필더 백승호가 시즌 휴식기를 맞아 친정을 찾아 사인회를 갖는 등 팬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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