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경찰에 체포되는 악몽을 겪었던 그 대회에서,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 시즌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명실상부한 남자 골프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
셰플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추가,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셰플러는 이달 초 CJ컵 바이런 넬슨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또 개인 통산 15번째 우승과 함께 마스터스 토너먼트 2회(2022년, 2024년)를 포함한 통산 3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1996년 6월생으로 만 28세 11개월인 셰플러는 만 29세가 되기 전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5승과 메이저 3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는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아울러 세 번의 메이저 우승을 모두 2위와 3타 이상의 격차로 우승했다. 그는 2022년 마스터스에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3타 차로, 2024년 마스터스엔 루드비그 아베리(스웨덴)을 4타 차로 따돌렸다. 이번 대회에선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2위 그룹을 5타 차로 압도했다.
최근 100년 새 첫 메이저 3승을 2위와 3타 이상의 격차로 우승한 건 셰플러와 함께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등 2명에 불과한 진귀한 기록이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이 특별한 건 작년 PGA 챔피언십에서의 악몽을 셰플러가 말끔히 털어내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이 대회 2라운드를 앞두고 경찰에 체포되는 소동을 겪었다. 당시 대회장 입구에서 경찰에 정차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체포된 그는 '머그샷'을 찍히기도 했다.
추후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셰플러는 적잖은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단한 건 셰플러의 정신력이었다. 셰플러는 체포 소동을 겪은 당시 대회에서 공동 8위로 '톱10'을 기록했고, 이후 8월에 열린 파리 올림픽 금메달, 9월에 열린 투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그리고 올해 역시 기량을 이어가면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1년 전 일을 떠올린 셰플러는 "작년 일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어쨌든 작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올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는 건 정말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웃었다.
셰플러 스스로도 '마인드 컨트롤'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마인드 컨트롤은 내 최대 강점이다. 오늘도 스윙이 잘되지 않을 때 인내심을 유지한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면서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있었지만 필요할 때 좋은 샷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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