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하락한 뒤 여전히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올해 다수 발생했다. 사진은 전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사진=뉴스1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까다로워지며 상장 첫날 하락 여파를 회복하지 못한 종목이 다수 발생했다.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매각을 비롯해 기술특례 상장 불확실성·미행사 스톡옵션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요망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팩(SPAC)을 제외하고 올해 11개 종목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쎄크·심플랫폼·동방메디컬·아이지넷·삼양엔씨켐·미트박스·와이즈넛·더즌·데이원컴퍼니·피아이이·LG씨엔에스 등이다. 이들 종목 첫날 낙폭은 0.2~40.0%였다. 주가가 공모가 이상으로 회복한 종목은 동방메디컬과 피아이이뿐이다.


주가 하락 과정에서는 상장을 기업 성장보다 차익 실현 기회로 본 FI들이 지분을 매도했다. 쎄크·심플랫폼·동방메디컬·아이지넷·삼양엔씨켐·미트박스 등 6종목에서 첫날부터 FI 지분 매도가 발생했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처분할 수 있는 FI가 나서면 시장 매도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FI 지분 매각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쎄크·심플랫폼·아이지넷·와이즈넛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특례 상장은 현재 실적이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상장을 위한 재무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미래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에 정확한 기업 현재 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FI뿐 아니라 회사 임직원이 상장을 이익 실현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들이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수량과 행사가에 따라 상장 뒤 지분 가치 희석으로 주가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 더즌·쎄크·심플랫폼·데이원컴퍼니 임직원이 상장 뒤 염가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지나친 고평가로 지적받는 기업도 있다. 미트박스는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으로 정했고 와이즈넛과 데이원컴퍼니는 하단을 밑돌았다. 기업 평가액이 시장 판단과 멀었던 셈이다. 기존 평가액에서 후퇴해 정한 공모가도 상장 첫날 혹평을 받았다. ▲미트박스 25.3% ▲와이즈넛 36.5% ▲데이원컴퍼니 40.0% 모두 첫날 낙폭이 뚜렷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주관 증권사 책임을 높이고 일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매 청구권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

환매 청구권은 상장 뒤 주가가 공모가를 일정 이상 밑돈 주식에 대해 주관사가 공모가 90% 등으로 환불해주는 장치다. 기관 투자자보다 정보 접근성 등이 떨어지는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한다. 올해 상장 첫날 하락 종목 가운데 환매 청구권을 설정한 종목은 아이지넷과 데이원컴퍼니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매 청구권 부여 규정을 보다 확대해 주관사들 책임 의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