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사령탑 앤제 포스테글루 감독ⓒ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역대급 부진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토트넘의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난 광대 아니다"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긴 무관의 터널을 탈출할 기회다. 지난 2008년 리그컵 우승 후 트로피를 들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은 17년 만에 한풀이에 나선다. '최악'의 정규리그 부진을 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PL 37라운드까지 11승5무21패(승점 38)에 그치고 있는 토트넘은 구단 역대 최다 패배라는 오점을 남기면서 강등을 간신히 면한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정규리그 성적 때문에 큰 비난을 받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지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입지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다드는 "영웅과 광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동의하지 않았다.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내일 결과와 상관없이 난 광대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취급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도자 경력)26년 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지내며 유럽클럽대항전 결승에 오른 팀을 이끄는 지도자를 그렇게 묘사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는 '주류' 지도자가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호주로 이민을 갔다. 유럽이 아닌 호주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로도 브리즈번 로어, 멜버른 빅토리 등 호주 클럽을 거쳐 호주대표팀까지 이끌었다.

이후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너스를 지도한 그는 2021년 스코틀랜드 명가 셀틱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유럽의 중심'으로 나왔다. 그리고 2023년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EPL 무대까지 진출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성공 스토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광대가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 AFP=뉴스1


그는 "난 그리스에서 태어났으나 이후 축구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나라 호주에서 자랐다. 난 호주 출신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호주에서 스포츠는, 상대가 누구든 강하게 맞서 싸워야한다"고 말했다.

결승전 결과와 상관없이 올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답변은 모호했다.

그는 "난 호주 대표팀을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뒤 팀을 떠났다. 셀틱에서 우승했을 때도, 브리즈번에서 우승했을 때도 바로 팀을 떠났다. 그런 일은 늘 일어난다"면서 "내 미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난 훌륭한 가족들과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의 미래는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토트넘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렇게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로 떠날 생각이 없음도 에둘러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