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무인 매장과 비대면 서비스만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 그 누구도 마주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가능할까.

비대면 문화는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최근 내수 부진과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인 매장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무인 매장 신규 가맹점 수가 5년 새 8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각종 무인 매장을 넘어 자율주행 버스, 비대면 진료 앱 등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도 출시되고 있다.


하루 동안 무인 매장과 비대면 서비스만을 체험하며 '사람 없는 일상'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 한계를 살펴봤다.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버스'… 그러나 현실은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사진은 버스의 외·내부 모습. /사진=김혜원 기자
사람 없는 하루를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자율주행 버스다.

요금은 일반 버스와 동일하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평일 낮이지만 11인승 소형 버스는 7명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일반 노선과 달리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만을 순환했다.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동안 창밖의 시민들이 버스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율주행 버스지만 운전석에는 안전을 위해 기사가 동행한다. 실제로 승하차 시 자율주행 모드가 꺼지고 기사가 운전대를 잡았다. 따라서 완전한 무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승차감은 오히려 일반 버스보다 편안했다.


현재로선 정류장 수가 적어 동선이 한정적인 점, 기사가 동행하는 점 등에 미루어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진단부터 처방까지… 직접 방문 대신 '비대면 진료'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약을 수령했다. 사진은 앱의 진료 신청 화면과 처방받은 약(오른쪽). /사진=김혜원 기자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약국이었다.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처방까지 마쳐 바로 약을 수령할 수 있었다.

앱을 통해 증상을 입력하면 의사에게 전화가 온다. 비대면 상담을 통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고 결제도 빠르게 완료된다.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특히 효과적인 서비스로 보였다. 진료가 끝난 뒤 희망하는 약국을 선택하면 처방전이 해당 약국으로 자동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불필요한 대기 시간과 대면 절차 없이 진행되는 구조는 예상보다 훨씬 편리했다. 의사나 약국에 대한 후기와 일부 약품의 가격 비교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자율주행 버스와 같이 결국 사람의 개입이 필요했다. 무인이라기보다는 비접촉에 가까웠다.
빠르고 편리한 '무인 식당'… 한계점도 명확
간편식 위주의 무인 운영 식당에 방문했다. 사진은 식당 내부의 매대와 식사 공간. /사진=김혜원 기자
대부분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으로 문을 닫은 시간,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 무인 식당을 방문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냉장 간식과 음료 등 메뉴가 다양했다. 즉석식품과 반조리식품 위주의 메뉴에 식사 공간이 마련된 편의점처럼 보였다. 메뉴를 고른 뒤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전자레인지로 직접 조리했다.

빠르고 편리한 식사였다. 하지만 무인 운영의 한계도 분명했다. 메뉴는 간편식 위주로 제한적이고 식기류는 모두 일회용품이었다. 사람 없는 일상이 주는 편리함에 허전함도 공존했다.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음료 한 잔
식사를 마친 뒤 간단한 업무를 위해 무인 카페를 찾았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고르고 닉네임을 입력하면 주문 완료다. 제조 공간은 오픈 바 형태로 로봇이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이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다만 무인 식당과 마찬가지로 모든 음료는 일회용 컵에 제공된다. 최근 일반 카페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무인 카페는 이에 대한 규정이나 대책이 없는 듯 했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적 책임 사이의 간극이 느껴졌다.
바코드 없어도 '척척'… AI 스캐너의 정밀함
AI스캐너로 디저트를 계산했다. 사진은 스캐너와 키오스크 화면. /사진=김혜원 기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무인 결제 시스템이 도입된 디저트 카페였다.

빵, 쿠키, 케이크 등 다양한 수제 디저트가 진열대를 차지했다. 원하는 디저트를 트레이에 담아 'AI 스캐너'에 올리면 디저트가 자동으로 인식된다. 바코드가 없는 수제 디저트임에도 정확히 인식해 계산까지 빠르게 연결됐다.

무인 결제까지는 수월했다. 하지만 포장을 원할 경우 직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포장까지 자동화할 수 없다는 점은 현실적 한계다. 앞선 체험들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 없는 일상'… 아직은 미완성
비대면 시대로 옮겨가는 사회지만 정작 '사람 없는 일상'은 아직 갈길이 멀어 보였다.

자율주행 버스부터 AI 스캐너까지 많은 부분을 기술이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 사람의 손길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에서는 의사와의 전화 상담, 무인 식당에서는 환경을 둘러싼 고민, 디저트 카페에서의 픽업 과정 등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는 기술 안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역할은 있다.

비대면 문화는 일상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인간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과 기술은 상호보완 관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