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45%'라는 높은 관세율을 중국에 매겼다. 미국인들의 삶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하철 내 혼잡도를 나타낸 수치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상대로 부과한 관세율이다. 미 백악관 측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합계 관세를 145%라고 확정했다. 중국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율을 더한 84%로 올린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관세 치킨게임은 세계 경제까지 휘청이게 만들고 있다.
관세 전쟁은 미국 국민들의 삶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뺏어가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진열 상품의 약 60%가 중국산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월마트는 관세 정책의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 현지 납품업체들에게 최대 10%까지 제품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월마트 경영진에게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고를 날렸지만 월마트는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는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적정선의 합의가 없다면 '중국산 제품 없는 월마트'는 우스갯소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현재 아마존은 고객의 중국산 제품 주문을 계속해서 취소하고 있다. 관세에 대한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인들의 삶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기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작스레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불편해질지 궁금해졌다. 이에 기자는 직접 3일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없이 사는데 도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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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난관"… 지옥 같은 출근 준비━
찬장 안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로 가득했다. 접시들이 모두 중국산 제품이었기에 3일 간 도마 위에서 식사를 했다. /사진=최성원 기자
샤워도 순조롭지 않았다. 다행히 모두 중국산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필 바디워시 제품이 중국산이었다. 다행히 여행용으로 쓰라며 어머니가 챙겨주신 바디워시가 생각났다. 서랍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여행용 바디워시를 깨웠다. 씻고 출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평소 사용하던 샤워용품은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손으로만 샤워하는 느낌이 기분좋진 않았지만 칫솔이 중국산이 아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옷장 안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으로 가득했다. 직접 원산지를 비교하며 중국산 제품과 아닌 제품을 분리했다. /사진=최성원 기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옷을 구분했다. 다행히 국산 제품은 물론 베트남산 일본산도 상당수 있었다. 알몸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이었다. 아침에 눈 뜨면 입을 옷을 고민했던 것과 다르게 3일간 입을 옷들을 준비했고 험난한 출근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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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일상은?… 독특한 일상 가능━
험난한 출근 준비로 평소보다 몇 배는 피곤함을 느꼈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는 에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기려고 했다. 에어팟을 꺼내는 순간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와 눈이 마주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애플워치도 확인했더니 동일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에어팟과 애플워치를 가방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컵홀더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지만 커피는 맘놓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사진=최성원 기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커피는 맘 놓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컵홀더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며 손을 시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평소 업무 시 모습.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기'를 시작하며 컴퓨터 화면과 마우스 사용은 제한했다. /사진=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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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메이드 인 차이나'의 천국… 동네 마트는 예상보다 적어━
생필품과 식재료를 사기 위해 들린 (왼쪽부터)다이소와 동네마트. /사진=최성원 기자
'자취생 백화점' 다이소엔 결론적으로 다수의 중국산 제품이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냄비, 접시 등 주방용품과 충전기, 멀티탭 등 전자기기는 대다수가 중국산이었다. 다른 제품들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원산지가 비교적 다양했다. 평소였으면 중형 사이즈의 종이봉투를 꽉 채우지만, 중국산을 피해 구매하다보니 손에 들린 봉투는 가벼웠다.
2일 차엔 장을 보러 동네 마트에 들렀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방문했지만 하루 전 기억이 떠올라 마트 곳곳을 둘러보았다. 동네 마트는 식품 위주이기에 중국 제품이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과자, 만두 등 다양한 종류의 가공식품들은 대부분이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이었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도 중국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다이소와 마찬가지로 주방용품과 전자제품은 중국산이 다수였다. 식재료를 사러 간 것이었기에 3일을 통틀어 유일하게 '메이드 인 차이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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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체험 마무리… "생활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매우 힘들다"━
3일간 생각날 때마다 촬영해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의 상표. /사진=최성원 기자
3일이란 시간은 '버티기'는 가능했다. 밥공기가 아닌 도마 위에 밥퍼서 먹기, 컵홀더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들고다니며 마시기 등과 같은 경우였다. 하지만 버티기는 어디까지나 짧은 기간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 체험 기간이 길어지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어려움을 직면할 것은 분명하다. 싫던 좋던 우리 생활에서 중국산 제품은 깊숙하게 침투해 있음을 분명하게 느낀 체험이었다.
겨우 3일의 체험으로 대단한 결론을 내려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산 제품으로 한정해 체험했지만 오롯이 국산만을 사용하는 체험을 했다면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외국산 제품을 모두 국산으로 바꿔 사용하면 되지만 그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자국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분명 잘못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중국 제품이 미국에서 자취를 감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미국 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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