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⑦"원화 스테이블코인, 없는 것보다 낫다"… 전문가들 제언
[스테이블코인발 화폐전쟁]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 움직임,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택지 열어야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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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물가 급등과 금리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니어스(GENIUS) 법안' 등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 연준과 재무부도 제도권 편입을 전제로 민간 주도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기축통화국의 전략 카드가 불러온 화폐전쟁,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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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인 만큼 한국도 화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미국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해 지니어스법을 비롯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을 심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소셜을 통해 "지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니어스법 통과에 필요한 12명의 하원의원 중 11명과 만났으며,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은 전화로 회의에 참석했다"며 합의 소식을 전했다.
지니어스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한국은 법제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규제 방안이 아직 마련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병덕 의원, 강준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입법 속도를 내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다른 국가는 이미 법제화를 마치고 스테이블코인 시행에 들어가고 있다. 홍콩은 다음달 1일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도입한다. 지난 5월 홍콩 입법회를 통과한 라이선스 제도는 입법회 처리 3개월 만에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싱가포르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국가 결제 인프라로,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비즈니스 목적의 민간 화폐로 이원화해 관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의 Mica(가상자산시장) 법안도 2023년 4월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자격 엄격하게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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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제 마련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서로 양립이 가능하다"며 "법제라는 차원에서 몇몇 나라에 비하면 한국이 늦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상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선택지를 열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의 의의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지금 논의 자체가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냐거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열어주면 그게 쓸모가 있냐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침습해오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에서 선택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있다면 우리는 그것밖에 사용할 수 없어 급속도로 화폐 주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 무역 결제 대금 등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한국 침습 속도가 빨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법적으로나, 정치적 혹은 경제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입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을 통한 결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앞으로의 현실이라면 블록체인 상에서도 원화를 사용하는 지급 수단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인 자격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병덕 의원 등 30명의 소속 의원이 공동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살펴보면 50억원으로 논의됐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원화스테이블코인의 길을 열어주되 발행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발행 기업의 자본금을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의 한 축을 이루게 되므로 발행자 진입 규제를 엄격하게 해야 하고, 발행자와 준비금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CBDC 공공 중앙은행 발행, 민간 스테이블코인 서로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BDC는 법인 간 결제, 은행과 법인 간 결제할 때 장점이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K콘텐츠, 게임 등 결제 상품에 특화, 특정한 플랫폼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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