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똑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사람마다 마주하는 피드는 전혀 다르다. 내가 어떤 콘텐츠를 오래 봤는지, 무엇에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따라 알고리즘이 검색 결과를 맞춤형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하루를 살면 어떻게 될지 시도해봤다.
기자가 택한 방법은 이랬다. SNS 탐색 탭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한 후 가장 상단에 뜨는 게시물을 기준으로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다. 과연 알고리즘은 내가 원하던 하루를 선물해줄까. 아니면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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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 들다"… 얼음물 세수로 시작하는 아침━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애쉬튼 홀의 아침루틴 '얼음물 세수'를 시도해보았다. 사진은 애쉬튼 홀의 세수 장면과 이를 따라하는 기자의 모습(오른쪽). /사진=박은서 기자
그중 기자는 가장 눈에 들어오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얼음물 세수를 시도했다. 물은 당연하 굉장히 차가웠지만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났다. 전날 밤 라면을 먹고 잠든 탓에 부어 있던 얼굴도 얼음물 세수를 하자 부기가 빨리 빠지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알고리즘의 첫 추천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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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서툴고 옷은 부족했지만… "따라는 해봤다"━
알고리즘이 점심으로 집에서 만드는 간단한 볶음밥 레시피를 추천해줬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캡처화면과 기자가 직접 만든 음식(오른쪽). /사진=박은서 기자
입고 나갈 옷 또한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SNS상에서는 다양한 출근룩들이 존재했으며 영상 하나 속에서도 여러 개의 스타일이 등장했다. 그러나 기자가 가진 옷장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중 가장 유사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코디를 선택했다. 남색 가디건에 회색 슬랙스. 무난한 출근룩의 정석으로 회사 근처에서 비슷한 차림의 직장인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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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대신 딱 맞는 음료, 취향 저격 음악까지… 알고리즘의 이점━
커피를 못마시는 기자에게 알고리즘은 '카페별 커피 안들어간 음료'를 추천해줬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캡처화면과 기자가 사먹은 음료(오른쪽). /사진=박은서 기자
퇴근길에 듣고 싶은 노래는 직접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음악을 그대로 재생했다. 중간중간 취향에 맞지 않는 곡도 있었지만 평소 즐겨듣던 음악과 비슷한 스타일의 곡들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덕분에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취향에 맞는 곡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의 이점을 가장 분명하게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하루를 살아보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종의 재미로 알고리즘대로 하루를 보냈지만 SNS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규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로써 SNS 기업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를 추천할 수 없게 됐다. 알고리즘이 청소년의 SNS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일정 부분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의존하게 만들고 중독시킬 수 있음도 분명하다. 알고리즘은 이미 생활 속 깊이 침투해 있다. 인위적으로 사용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이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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