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기술 기반에도 지지부진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활발하다./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한국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원화 코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경색됐던 분위기가 미국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한국 대선과 맞물려 변화하는 양상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코인'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제도화하는 지니어스 액트가 미 상원 통과를 앞두면서 국내에서는 '원화 코인'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달러 코인 발행기관 등이 담보를 쌓기 위해 달러와 미 국채를 모으기 시작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쏠려 한국 자산도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는 이미 관련 기술을 개발해 실증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디지털자산 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손잡고 국가 간 원화 스테이블 송금·결제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프로젝트 팍스'를 진행 중이다.

페어스퀘어랩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을 이미 제도화한 나라에 비해서도 기술 수준이 뒤처지지 않는다"면서 "이미 제도화한 타 국가들보다 상용화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서둘러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발행 주체·담보 방식 등에 대한 법적 기준 미비하고 규제 불확실성이 크다. 유통 구조와 예치금 관리 체계 등에 대한 설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유력 주자를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정책토론회에 이어 27일 업계 간담회를 열고 대선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를 띄우고 있다. 형태는 미국처럼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강조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지방거점 가상자산거래소 등 구체적 가상자산 지원책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만 개혁신당 등 일각에서는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로 스테이블 코인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연계 코인인 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제도화하는 만큼 한국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홍콩 등 주요국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 가상자산이 아닌 디지털 기축통화"라고 강조했다.

페어스퀘어랩 관계자도 "테라·루나는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한 코인이라 폭락이 일어났지만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로 100% 환급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논의되는 스테이블코인도 발행량보다 준비금이 부족해지지 않는 이상 가격 폭락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발행량 100% 이상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제 논의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한국에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화폐에서 달러가 기축통화라도 각국 통화로 거래되듯 스테이블코인도 서로 교환 가치를 갖는다”며 "이미 USDT, USDC를 중심으로 결제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내 결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