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빅컷(0.50% 인하)을 단행하지 않은 배경으로 집값 상승 우려를 제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으로 흐르는, 우리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 추가 공급은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것이 코로나19 때의 경험"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에 얼마나 할지,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새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유동성으로 인해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 등과 관련해 (새 정부와)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전망은

-일단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다. 3개월 뒤 금리전망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의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지금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내놨다. 4명은 경기가 생각보다 더 나빠진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하면서도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동결 가능성을 더 크게 본 2명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한미금리차, 미국 관세정책 변화, 수도권 부동산 가격 변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점검해 가면서 경제여건의 방향성이 어느정도 조금 더 정해진 이후에 금리인하 결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이 모든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조건부 의견임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하반기 최고 2번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3개월 이후 금리 방향에 대해서 명확한 지침을 주면 이것이 정책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대폭 낮췄는데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반영된 건가

-현재 확정된 추경은 반영돼있고, 그 나머지는 반영돼있지 않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서 1% 밑으로 내려갔는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다만 한은이 생각하는 0.8%에는 상방위험과 하방위험이 다 있다. 특히 내년은 기본 가정에 따르면 1.6%로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정책 역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수출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오늘 있었던 것처럼(미국 법원이 1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무효라고 판단) 관세 정책의 변화가 또 굉장히 약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은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도 봐야하고, 금리인하 사이클 영향도 봐야한다. 그간 6개월 간 저희를 조여왔던 정치적 불확실성도 많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성장은 상하방 위험이 다 있다고 봐야한다.

▶0.8% 전망에서 내수와 수출 기여도는 어떻게 되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어제까지의 상황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올해 0.8% 성장 전망에는 내수가 다 기여하고, 순수출은 기여도를 제로로 가정했다. 내년에는 지금 관세가 유지되더라도 그 영향이 올해 하반기부터 더 많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순수출 기여도는 -0.3%로 더 나빠질 걸로 보고 있다. 다만 내수는 1분기를 저점으로 일부 올라가고, 건설경기도 하반기를 저점으로 해서 지금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내수 기여도는 1.9%로 가정을 하고 있다. 기본 가정이 어떻게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 0.8%는 2008년 경제위기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통상적인 수준인 0.25%포인트만 기준금리를 낮췄나

-2000년 넘어서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0.8%였고, 코로나19 때 -0.7%로 두차례 있었다.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인데 2008년의 0.8%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2008년만 해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 선이어서 이를 중심으로 경기 변동이 있었는데 그 후로 고령화 등 여러 구조적인 이유로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경기변동폭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와 관계없이 조금 줄어들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성장률의 평균은 3%에서 2% 이하로 내려왔는데 변동폭은 크기 때문에 1%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거나 역성장이 될 가능성이 기계적으로 굉장히 커진 상황이다.

▶분석을 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성장을 할 확률이 5%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역성장을 할 확률이 평균적으로 14%에 이른다. 0.8% 성장이 피부로 느끼기에도,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숫자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다라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금융시장만 봐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융경색현상이 일어나서 돈이 돌지 않았다면 지금은 3년짜리 금리라든지 중장기 금리는 이미 굉장히 많이 내려와 있는 상황이고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그런 상황이다. 이럴때 오히려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낮춰서 유동성을 더 공급하게 되면 경기부양보다 주택가격이라든지, 이런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가 코로나19때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올해, 내년 성장률 기여는 내수회복 때문이라고 전망했는데 회복 조짐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 1.5%에서 이번에 0.8%로, 0.7%포인트 낮추는 과정을 설명하면 민간소비가 -0.15% 정도 떨어졌다. 건설이 -0.4%, 그 다음에 수출이 -0.2% 떨어졌다. 0.7%로 낮추는데 수출이 0.2%, 내수가 0.5%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린 것은 관세 영향 때문만 아니라 내수가 떨어지는 것도 좀 굉장히 큰 영향이 있다.

올해 민간소비는 1.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 2%보다는 많이 낮은 수준인데,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자를 낮추고 재정을 쓰면 민간소비가 지금보다는 내년 좀 올라가겠지만 회복되는덴 어느정도 제한이 있을 걸로 본다.

▶성장률의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뭔가

-가장 큰 것은 건설투자 감소다. 올해 0.8% 성장한다고 할때도 건설투자는 6.1% 정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이걸 기여도로 따지면 0.9%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투자가 -6.1%가 아니라 0%가 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0.9%가 늘어서 0.8%가 아니라 1.7%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건설 하나가 지금 이렇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제약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경기가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 몇년 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과도하게 투자를 하고, 특히 지방 주택이 굉장히 많이 공급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쪽으로 지금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언제 개선될 거냐고 하면, 과거에 많이 투자해놨던 집들이 해결되고, 차차 조정되면서 올 하반기 정도면 끝나는 프로세스가 되지 않을까하고 바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았을 때 늘었던 지방 투자를 중심으로 한 과잉 투자가, 지난 2년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하반기 저점을 찍고 올라가지 않겠나 생각돼.

▶성장률이 회복하려면 역설적으로 또 건설투자가 늘어야 하는건가

-굉장히 큰 딜레마다. 건설이 나쁘니까 재정과 이자율을 통해서 다시 올리자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건설업체를 도와야하는 것은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과거 부동산이 뛰었던 것을 조정하지 않고 또 가자는 얘기가 되지 않겠나.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것이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다 할 건지, 어느정도로 할 건지,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건지가 새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경기가 급락하면서 새 정부 들어서면 이걸 빠른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자산가격이 폭등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이 데자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동성 상황이 긴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산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나 충분히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경우에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의 투자라든지 좀 실질적인 회복보다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고, 이미 코로나때 경험한 사실이다.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성장률 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보면서 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금통위원들도 강조하는 것이 지금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 더 보면서 결정하자는덴 같은 생각이다.

▶새 정부와의 통화정책 공조는 잘 될 수 있다고 보나

-새 정부도 (이런 정책 방향을) 전반적으로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새 정부가 만들어지면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금리 정책이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정도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에 대한 문제 등에 공감을 나누길 바라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이긴 하지만 회복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면 추가적인 통화정책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보나

-경기가 회복해도 잠재성장률 미만이기 때문에 GDP 갭은 계속 벌어진다. 재정정책이나 금리정책 통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은 내년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얼마나 빨리 할지, 아웃풋이 크다고 그것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이나 부동산 가격 등을 다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

▶과거 1%대 기준금리는 기대하지 말라고 영끌족에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 입장은 어떤가.

-그 발언은 3년 전에 한 것 같다. 단기적으로 2% 밑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느냐 묻는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경기상황을 보면서 판단해 나가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1%대가 쭉 유지되는 상황이 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환율도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환율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뭐라고 보나

-지금 환율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 대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관세정책 변동성, 그 다음이 미국이 예산안과 관련해 재정적자가 얼마냐 커지냐에 따라서 미국 장기채나 환율이 계속 변동 중이다. 또 큰 틀로서는 수년 간 소위 미국 예외주의라고, 미국으로 굉장히 많이 모였던 달러화 자산들이 지금 어느정도 과도한 집중이 됐다는 인식 하에 리밸런싱을 하고 있다. 이런 대외 요인에 의해서 환율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아시아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ADB 연차총회에서 미국 정부와 아시아 몇몇 국가들이 환율을 포함한 관세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 사이에 환율이 많이 변동한 것은 내용보다는 회의를 했다는 자체가 시장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많은 변화를 일으켜서 아시아통화가 강세가 됐다고 본다. 이것이 어떤 실질적인 자본의 이동이나 실물적인 이동을 수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논의 진척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원화가 강세가 된 건, 6개월 간 경제여건보다 정치 불확실성 때문에 굉장히 많이 절하됐다. 더 많이 절상된건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지수를 보면 지금은 계엄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돌아왔다. 정치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정상화된 상황에서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 방향성에 대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고 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정리해달라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혁신 가능성을 보면 오히려 한은이 적극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 다만 저희가 반대하고 걱정하는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이나 우리가 규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비은행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게 되면 통화정책을 하는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

화폐는 가격이 쉽게 변동하지 않고,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규제를 하지 못하는 그런 기관이 화폐 대용으로 쓰고 있는 대체재를 갖고 있다가 혹시라도 부도가 나거나 사고가 나면 화폐의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한꺼번에 떨어지게 된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게 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의 거래가 굉장히 손쉬워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감독을 피해 굉장히 쉽게 자금을 이동하는 여러 방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처럼 자본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는 자본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금융안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일단은 한은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시작을 하자는 입장이다.

한은이 파일럿을 하고 있는 한강 프로젝트도 예금쿠폰이라고 썼지만, 사실 우리 네트워크 내에서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고 이걸 점차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은행 중심으로 먼저 허용하고 작동하는 것을 보고 필요하면 차차 범위를 넓혀가자는 입장이다.

▶미국 금리 추이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기준금리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미국도 오늘 법원 결정 따라서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의 Fed 결정은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결정하겠다고 보여지는데,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어 시장에서 전망하는 9월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미국 금리가 우리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2년 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으로 0.75%포인트를 올릴 땐 일방적으로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속도나 환율에 주는 영향 등을 생각하면 기계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을 고려해도 된다고 본다. 자본이동 등을 걱정 안할 순 없지만 2년 전 직접적 영향 관계와 비교하면 통화정책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룸이 커졌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