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 회계연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내역' 전수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사모펀드를 운용하는 273개 자산운용사의 전체 행사율은 91.6%, 반대율은 6.8%로 나타났다. 수치상 개선이 뚜렷했지만 국민연금(99.6%) 등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특히 의결권 행사 방식에서 형식주의적 관행과 미비한 내부 관리 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A사 등 일부 운용사는 보유한 모든 종목의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불행사하고, 사유를 '펀드 손익에 중대한 영향 없음'으로 일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일괄 처리 방식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해상충 관리 부실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그룹 소속 자산운용사 일부는 기업금융을 수행하는 계열사와 거래 중인 상장사에 대해 명확한 내부지침 없이 일괄 찬성표를 던진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투자자 이익보다 계열사 관계에 따라 판단이 좌우되는 구조는 수탁자 책임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결권 자문사 의존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운용사는 모든 안건을 단일 자문사에 의뢰하고, 내부 검토 없이 그 권고를 그대로 수용해 찬반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 지침상 반대해야 할 안건을 자문사 권고에 따라 찬성한 사례도 있었다. 조직 인프라 미비도 반복됐다. 일부 대형 운용사조차 전담조직 없이 리서치나 경영지원팀 직원이 의결권 업무를 겸직하며, 정기 주총 시즌 업무 과중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도 투자기업과의 면담,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병행하며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를 이어갔다.
이와 달리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상장주식 보유 상위 운용사는 행사·불행사 사유의 중복 기재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권 침해 없음' 등의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실질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전체 운용사 중 약 27%(72개사)는 과반의 안건에 대해 '주총 영향 미미', '손익에 영향 없음' 등 천편일률적 사유를 기재했고, 57개사(20.9%)는 의결권 행사 지침 없이 법규 수준의 기본 정책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54개사(19.8%)는 2023년 개정된 의결권 가이드라인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 서식 작성과 관련해선 86개사(31.5%)는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과반 이상은 피투자기업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아 공시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주요 펀드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비교·공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업계와의 사전 소통을 통해 점검 항목을 예고하는 등 공시의 충실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개선, 수탁자 책임 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형식적 공시와 내부 지침 미비는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는 요소"라며 "운용사들이 자산관리자의 책임감을 갖고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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