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엘씨티는 지날 9일 반도체 세정장비 업체인 엘에스이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거래소는 현재 심사를 준비 중이다.
엘에스이는 2022년 엘티씨에 인수됐다. 지난해 엘에스이의 매출액과 1969억원으로 모화사인 엘티씨의 연결 기준 매출액(2770억원)의 71%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엘티씨(242억원)의 버금가는 수준이다.
따라서 엘에스이가 별도 상장할 경우 엘티씨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주들도 엘에스이의 중복상장을 결사 반대에 나섰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신뢰기반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연대를 결성했으며 6월11일 기준 9.61%(95만9201주)의 지분이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소액주주 참여율이다.
또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4일 지분 6.4%의 서명을 받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엘에스이의 중복상장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에는 엘티씨 경영진과 만나 소액주주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하지만 현 경영진들은 신규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R&D) 자금 확보를 위해선 상장이 불가피하다며 양측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엘티씨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엘에스이 상장 추진이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중복상장'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구글이 유튜브를, 아마존이 AWS를 따로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 증시에서 중복상장 비율은 18.43%로 일본 4.38%, 대만 3.18%, 중국 1.98%, 미국 0.35%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해외 대비 훨씬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모회사와 사업성 관계가 깊거나 유사업종인 자회사의 경우 상장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네스코가 상장예비심사에서 비승인됐다. 코미코도 미코세라믹스의 중복상장을 포기하고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엘티씨 주주 측은 엘에스이의 필요한 투자금은 상장 외 방법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승재 엘티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자회사 상장은 엘에스이 공동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며 "자금조달이 목적이라면 모회사와 합병 이후 유상증자를 하거나 단기차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성프로젝트T1 일반사모투자신탁 등을 포함해 5개 투자조합이 엘에스이의 선 투자한 상황이며, 이들의 지분율은 47.2%에 달한다.
엘에스이는 올해 3분기부터 SK하이닉스 청주 M15X 캠퍼스, 2027년부터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향 장비 공급이 예정되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를 분리하는 것은 투자자들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또한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상장 추진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엘에스이 상장 철회 또는 반려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증시 현장에서 실제로 반영되는 첫 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준 액트 소장도 "엘티씨와 엘에스이 사례는 소위 '쪼개기 상장'이 야기하는 지배구조 문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며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이제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당 문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에서는 엘티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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