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모달리티와 플랫폼 기술 중심의 바이오 신약 개발에 나선다. 사진은 종근당 사옥 전경. /사진=종근당
종근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20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에 나선다. 이를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와 플랫폼 기술에 집중해 자체 혁신 신약을 만든다는 목표다. 84년 전통 합성의약품 중심 제약사가 바이오로 중심축을 옮기며 본격적인 체질 전환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와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단지 조성을 위한 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다.


종근당은 지난 2월 경기 경제자유구역 배곧 연구 용지 3-1(7만9791㎡)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지난 12일 해당 부지를 949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일 시흥시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 시흥 연구단지에는 바이오의약품 연구시설을 비롯해 연구지원센터, 연구개발 실증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종근당은 현재 경기도 용인에 합성의약품 중심의 효종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시흥 바이오 단지는 차세대 신약 개발을 이끌 핵심 거점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곳에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등 차세대 모달리티 기술을 비롯해 이중항체,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전달시스템(DDS)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도 함께 연구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앱클론에 122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지분 확보 및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해 개발 우선순위 선정부터 임상, 허가, 상업화 전략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
2.2조 투자 자신감… 배경은 '튼튼한 재무 구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 같은 행보는 기술 장벽이 높고 고부가가치 분야인 ADC, CGT 등 신규 모달리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현재 마진율이 낮은 도입 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자체 개발 신약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투자 여력의 기반은 탄탄한 현금성 자산과 안정적인 전문의약품 매출이다. 종근당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1174억원에서 2023년 2196억원, 2024년에는 228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도 215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종근당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010억원, 영업이익은 125억원이다. 프롤리아(450억원), 아토젯(266억원), 글리아티린(210억원), 자누비아(182억원) 등 주력 전문의약품이 올 1분기 매출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현금 창출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종근당은 재무 건전성이 양호해 필요시 차입금 확대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종근당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2년 21.0% ▲2023년 15.7% ▲2024년 12.9% 등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배수는 ▲2022년 1.6배 ▲2023년 0.8배 ▲2024년 1.4배 등이다. 투자 확대 국면에서도 무리 없는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번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은 바이오의약품 R&D(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기존 합성의약품 연구를 넘어 차세대 플랫폼 기술과 모달리티 확대에 집중해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며 "시흥 배곧지구 인근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바이오 R&D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