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병역까지 이미 해결한 20대 초반의 투타 대형신인이 KBO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해당 팀을 넘어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힐 만한 반가운 일이다.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를 리드하는 이는 송승기(23·LG 트윈스)와 안현민(22·KT 위즈)이다.
둘 다 입단한 지 몇 년 지난 '중고 신인'이지만,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특급 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현우(키움 히어로즈), 정우주(한화 이글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영우(LG 트윈스) 등도 나름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두 '중고 신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즌 전 주목받지 못한 이름이었지만, 송승기와 안현민은 신인왕을 넘어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지명 순위가 말해주듯 기대감이 큰 선수는 아니었다. 입단 후 2년간 1군 등판은 8경기에 불과했고, 2023년 상무에 입단해 병역을 해결했다.
상무에서 퓨처스리그(2군) 정상급 활약을 펼친 송승기는, 올 시즌 LG의 '비밀 병기'였다. 임찬규, 손주영에 이어 팀의 5선발 자리를 꿰찼고, 염경엽 감독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현재까지 '5선발 송승기'는 대성공이다. 5선발이 아니라 팀의 2, 3선발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다.
13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 중인데, 평균자책점이 리그 전체 6위, 국내 투수 중에선 임찬규(LG·2.61)에 이은 2위다.
입단 초부터 제구가 좋았던 투수인데 상무를 거쳐 구속이 시속 140㎞ 중후반까지 오르면서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공격적인 투구로 사사구도 많이 내주지 않아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4⅓이닝 5실점(4자책)으로 주춤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승의 기세를 올렸다. 5월 이후 부상자가 속출하며 흔들리는 LG는 선발투수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데, 그 중요한 축의 하나가 바로 '9라운더' 송승기다.
안현민 역시 놀라운 활약을 거듭하고 있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지명받은 그는, 1군 경기에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곧장 입대했다. 상무도 아닌, 육군 현역으로의 입대였다.
취사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해 전역해 1군에서 16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른 이들보다 한 달 가까이 덜 뛰었음에도 0.349의 타율에 13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타점 모두 팀 내 1위, 리그 전체로도 각각 4위,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기본적으로 힘이 좋은 데다 군 복무 시절부터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파워가 더 좋아졌다.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외국인선수 타자 못지 않을 정도다.
메이저리그를 '힘'으로 평정했던 홈런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을 빗댄 '한국의 스탠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안현민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타고난 파워에 콘택트도 좋아 3할5푼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100㎏가 넘는 덩치에도 발이 결코 느리지 않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음에도 빠르게 적응했고, 포수 출신의 '강견'은 여전하다.
야수의 수비 능력을 중요시하는 이강철 감독의 깐깐한 기준도 통과했을 정도로, 안현민은 공수주 모든 측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한국 야구에도 반가운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세대교체'가 화두였던 야구 대표팀의 숙원을 이룰 만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예정돼 있다. 두 군필 루키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국가대표팀에 송승기와 안현민이 승선하는 건 놀랍지 않은 일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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