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만난 이경구 택스티넘 대표는 고객문의 전화를 받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가 운영하는 '환급나라'는 KB국민은행의 스타기업뱅킹 앱에 탑재된 세무 환급 플랫폼이다. KB국민은행 사내벤처 1호로 독립해 나온 이 서비스는 앱 탑재 일주일 만에 신규 고객이 3400명을 넘어섰다.
그가 고객 전화를 직접 받는 이유는 단 하나, 서비스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증서 발급부터 환급 절차 문의까지 그는 고객의 전화에 직접 응대하며 '몰라서 못 받는 세금'이 없도록 돕고 있었다.
이 대표는 "환급나라가 단순히 세금 환급, 지원금 매칭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실제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으로 곁에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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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에서 창업가로… "KB 힘 업고 분사"━
이경구 택스티넘 대표는 2012년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뒤 약 2년간 세무법인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5년 12월 KB국민은행 30기 공채로 입행했다.올해로 10년차 행원인 그가 스타트업 대표가 된 데엔 KB국민은행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이 발판이 됐다. 세무사 시절 체감했던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상했고 '환급나라'의 출발점이 됐다. 지난해 11월엔 KB국민은행 사내벤처로서 첫 독립분사를 이뤘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는 청년, 경력단절여성, 신중년, 장애인 등을 고용한 기업에 대해 각종 세제 혜택과 고용노동부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며 "하지만 통계청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제로 해당 혜택을 신청한 비율은 매년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바쁜 일정 탓에 정책자금이나 세무관련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마저 놓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환급나라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증대 세액공제 환급 ▲고용지원금 신청 ▲정책자금 연계 등 세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스타기업뱅킹 앱에서 '고용 증대 관련 혜택'을 무료로 조회하고 예상 환급금도 한번에 신청할 수 있다.
사내벤처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독립분사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방향이 바뀐 건 지난해 6월 '2024 경북메타콘텐츠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사업성을 인정받으면서다.
회사 지원도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KB국민은행의 지분투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뢰의 상징"이라며 "한번은 서비스 구상을 위해 전략본부장님, 부장님 등과 5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까지 진행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지원은 서비스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고 스타트업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며 "KB국민은행의 지원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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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최우선… 안정적인 서비스로 남고 싶어"━
이 대표는 "이미 절반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환급나라를 KB스타기업뱅킹과 KB스타뱅킹, 두 플랫폼 모두에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초 KB스타기업뱅킹에 먼저 탑재되면서 전체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다. 그는 "KB스타뱅킹까지 확장해 더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게 궁극적인 꿈"이라고 전했다.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선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약 1만4000명 수준인 회원 수는 연내 10만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제휴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성장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부 노무사·세무사 제휴는 7개사 규모지만 이를 3배 수준인 20개사까지도 늘릴 계획이다.
그가 그리는 플랫폼의 모습은 단순한 환급을 넘어선다. 환급나라를 '돈'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이 대표는 "비슷한 경정청구 업체들은 단순 수익성에만 집중해 납세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환급나라는 좀 다르고,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는, 정직하고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이 대표가 지향하는 환급나라의 방향이다.
그는 사내벤처를 준비 중인 동료, 미래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완벽한 아이디어'보다는 '작은 실행'이 미래를 바꾼다고 전했다. 소신과 피벗(전환) 사이의 균형도 강조했다. 결국 사업을 끌고 가기 위한 뚝심, 그리고 조언을 반영하는 유연함, 이 두 축이 함께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고,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며 고쳐나가는 유연함"이라며 "아울러 KB국민은행의 지원 없이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몰라서 놓치는 혜택을 하나라도 더 찾아주는 서비스, 그리고 그 혜택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같은 플랫폼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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