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토요타 그룹 무역상사 토요타통상과 미국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에 나선다. 사진 왼쪽부터 토요타통상 CEO 이마이 토시미츠, COO 카타야마 마사하루, LG에너지솔루션 CSO 강창범 전무, CEO 김동명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한국과 일본의 대표 배터리 기업이 손을 맞잡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 견제'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토요타통상은 최근 미국에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강자로 꼽히는 양국이 북미 시장에서 손을 맞잡고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토요타통상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GMBI(Green Metals Battery Innovations, LLC)를 설립한다. GMBI는 사용 후 배터리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파쇄해 블랙 매스(Black Mass)를 생산하는 전처리 전문 공장이다. 연간 최대 1만3500톤의 처리 능력을 갖추며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6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생산된 블랙 매스는 후처리 과정을 거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금속으로 정제되며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제조 공정과 토요타 전기차에 재활용된다.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의 자원 선순환 체계(Closed Loop System)를 구축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토요타는 오랫동안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고수하며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과 협력해왔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 가속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필요성에 따라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번 협력은 토요타 그룹 내 자원·소재 분야를 담당하는 토요타통상과 LG에너지솔루션의 셀 제조 역량이 맞물려 성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리사이클 프로세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번 협력은 미국 IRA의 핵심광물 요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IRA는 북미 내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배터리 핵심광물을 조달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재활용을 통해 추출한 금속 역시 '현지 조달'로 인정되기 때문에 GMBI는 LG에너지솔루션이 IRA 조건을 충족하면서 공급망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원료 정제 및 리사이클 시장을 사실상 중국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북미 시장을 거점으로 연합에 나섰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일각에선 '중국 견제'라는 프레임에 비해 GMBI의 초기 사업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리사이클 수요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제조 스크랩에 집중돼 있고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2030년 이후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수익성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번 협력은 토요타 그룹과의 북미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GMBI는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에서 토요타향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활용하고 토요타통상은 북미 전역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공급한다. 완성차-배터리-소재를 잇는 선순환 구조가 현실화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 대응은 물론 북미 내 소재 독립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합작은 단발성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LG에너지솔루션은 토요타와 연간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올해 초엔 GM과의 합작공장 지분을 인수한 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일부를 토요타에 납품하기로 하기로 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배터리 소재 공급망까지 연결하는 행보로, 토요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조에서 자원 선순환 단계까지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