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 위원회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유리한 방향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공개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상원이 공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안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숨통을 틔울 전망이다.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종료 시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중국산 원료 사용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 재무위원회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우호적인 방향의 법안을 제시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크레이포 위원장이 지난 16일 공개한 IRA 개정안 초안에는 하원을 통과한 기존안보다 비교적 완화된 조항들이 담겼다.


대표적으로 AMPC의 종료 시점을 기존대로 유지했다. 당초 하원은 AMPC 종료 시한을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놨으나, 상원은 현행처럼 2032년에도 25%의 세액공제를 유지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생산할 경우 1kW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AMPC 크레딧 교환도 지속하기로 했다. 하원안은 '제3자 AMPC 양도 조항'을 2028년 이후 폐지하는 방향이었으나, 상원안에선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해당 제도는 기업이 확보한 세액공제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국세청으로부터 현금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초기 수익이 적은 배터리 제조사에 재무적으로 도움이 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하면서도 '금지된 외국 단체'(PEE) 등에 대한 정의는 구체화했다. 상원안에선 ▲2026년 40% ▲2027년 35% ▲2028년 30% ▲2029년 20% ▲2030~2032년 15% 등 중국산 원자재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지 않으면 AMPC를 받도록 했다.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현재 배터리 소재는 대부분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글로벌 음극재 점유율 1~5위 모두 중국 기업이다.

하원안은 중국 기업 등 PEE로부터 원료를 조달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중국 기업 관련성에 따라 PEE 세부 등급을 지정외국단체(SFE), 외국영향단체(FIE) 등으로 나눴으나, 등급별 지급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AMPC로 실적을 방어해 온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세 기업 모두 AMPC 없이는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37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4577억원의 AMPC를 제외하면 830억원 적자다. 삼성SDI와 SK온은 AMPC가 없을 시 적자폭이 더 커진다.

세 회사 모두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만큼 안정감은 더 커질 거란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고, SK온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 3월 이후 100%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속도가 빨라지는 점은 우려스럽다. 상원이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을 법안 제정 후 180일 후에 폐지하는 법안을 제안해서다. 중고 전기차 세액공제 4000달러에 대해서는 제정 90일 이후 종료되도록 했다. 기존 종료 시기인 2032년 말보다 7년 가까이 당겨진 구조인 동시에 하원안보다도 앞당긴 일정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MPC가 원안 유지되는 것 자체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전기차 수요와 배터리 업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만큼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항목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