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마리서치는 공식홈페이지 주주서한을 통해 "인적분할은 글로벌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고 중장기 투자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인적분할과 관련해 제기됐던 쪼개기 상장, 주주 권리 침해 등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영위할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와 파마리서치 각각 0.743%, 0.257%다.
분할 후 총자산은 파마리서치홀딩스와 파마리서치가 각각 5802억원, 2195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당시 파마리서치 측은 인적분할 이유에 대해 "각 사업 부문의 전문화와 핵심사업의 집중투자와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이 사실상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파마리서치 최대주주인 정상수 의장은 올해 3월 말 기준 파마리서치 지분 356만1663주(30.48%)를 보유했다.
인적 분할 후 정 의장이 보유한 지분을 현물출자 형태로 파마리서치홀딩스에 넘기게 되면 홀딩스 지분율이 30%대에서 과반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호 지분에 의존했던 대주주가 지주사를 통해 보다 확실한 지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중복 상장 및 쪼개기 상장 우려도 제기됐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동일한 비율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주식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신설회사는 상장 절차를 밟으며 기존 사업부와 새 회사를 각각 상장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중복상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복상장이 되면 기업 가치도 나뉘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파마리서치 지분 약 1%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인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뒤 현물출자로 모회사·자회사를 모두 상장시키는 지배구조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복상장이며 본래 기업가치보다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적분할 발표 직후 파마리서치 주가는 하루 만에 17% 가까이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1조원 증발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 정면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상법개정을 통해 "쪼개기 상장 등 불공정 구조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등과 함께 '인적분할 후 재상장 제한'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파마리서치가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구조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적격분할의 핵심 조건은 분할하는 사업 부문에 속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산과 부채를 해당 사업 부문에 귀속시키는 '포괄적 승계'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파마리서치는 이러한 원칙 하에 두 회사 간 자산 및 부채를 배분해 위반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지분가치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주식의 가치는 지분율과 시장가치(시가총액)에 따라 결정되므로 분할 비율의 변화가 주식의 가치(지분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가 본연의 경쟁력을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양사의 합산 기업가치가 분할 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쪼개기 상장'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번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되며 소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향후 추진 예정인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는 모든 신설회사 주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르는 절차 등은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파마리서치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관계자 거래 규정을 새롭게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패 방지 경영 시스템 도입과 전자 투표제 시행 등을 통해 주주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3가지 구체적 방안도 약속했다. 파마리서치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자사주 11만 9952주를 전량 소각한 데 이어 신설 사업회사 및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을 목표로 한 배당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존속 지주회사 파마리서치홀딩스 역시 사업 안정화 시점에 맞춰 배당정책을 공표할 방침이다. 이번 구조 개편을 발판으로 2029년까지 연 매출 1조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는 "투명한 경영시스템 구축과 주주와의 소통 등 IR 활동을 강화해 주주 가치를 한 층 더 높여 나가겠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맞이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중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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