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기성용이 포항으로 이적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는데, 또 기성용답게 도전을 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3번의 월드컵 본선(2010, 2014, 2018)이 포함된 110번의 A매치에 출전했고, 한국 축구사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2012)이며, K리그에서 성장해 유럽으로 진출(셀틱,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유나이티드)했다 다시 K리그로 복귀해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은 특별한 축구인이다.


'흔치 않은 캐릭터' 이미지가 생성된 것은 기본적으로 출중한 능력 덕분이다. 확고한 소신으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용기와 도전 정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선수 인생 황혼기로 접어든 기성용이 '말년'에 배에 힘 준 결정을 내렸다. 점점 외부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가 됐는데, '나의 길'을 외쳤다.

FC서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기성용이, FC서울 팬들이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가 포항스틸러스 유니폼을 입는다. 어쩌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K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했으니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스스로도 "한국으로 돌아올 때, 서울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아직 이 상황이 낯설고 서울 팬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을 정도다.


스스로도 서울 외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모두에게 충격을 안긴 이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김기동 감독의 운영 계획에 배제됐다는 것을 확인한 기성용이 최초 은퇴를 고민하다 좀 더 뛰고 싶은 내면의 열정을 확인했고 그를 필요로 하는 포항 구단의 뜻이 합쳐져 K리그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이적이 성사됐다.

1989년생인 기성용은 축구화를 벗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다. 심지어 '빠른 생일'인 그는, 자신도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때 그 시절' 멋진 플레이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노장이 다시 도전을 외쳤다.

기성용은 "더 뛸 수 있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라트리는 것이 선수로서 괴롭고 힘들었다"면서 박태하 포항 감독이 내밀어준 손을 감사한 마음으로 잡았다고 고백했다.

세상의 눈이 신경 쓰였다면 택할 수 없는 길이다. 혹 실망스럽게 끝나면 어쩌나 스스로를 믿지 못했어도 들어설 수 없던 길이다. 자신도 두려웠을 상황에서 내린 그의 선택은 존중돼야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의 선택은 존중되어야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모두가 한국 축구 발전과 K리그 부흥을 외치지만 기성용처럼 실제 행동한 이도 드물다. 뒷짐 지고 방관하거나 말만 번지르르했던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유럽에서 뛰는 동안 늘 한국 축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2018년 여름 "K리그와 한국축구에 대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정말 고민한다"면서 "나중에 K리그에서 다시 뛰는 것도 좋겠다 생각을 하다가, 내가 간다고 해서 뭐 달라질까 푸념도 든다. 고민이 많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진짜 FC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유럽을 비롯해 해외리그에서 뛰다 K리그로 복귀하는 선수들의 케이스는 늘고 있다. '돈도 적게 받는데' '큰물에서 놀다가 어떻게 다시"라는 생각들은 많이 사라졌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토로로 정부와 국회의 관심까지 이어진 '축구장 잔디 이슈'의 출발은 2017년 3월 기성용의 발언이었다. "안방보다 원정경기가 더 편하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기성용 입을 통해 처음 나왔다. 매년 대한민국 축구 환경과 K리그의 변화를 외치던 기성용의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결국 2025년 꽤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러시아 월드컵 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기성용은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다"는 공개 발언으로 은퇴를 만류했음에도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면서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기성용이 이번에는 편안한 마무리를 마다하고 젊은이처럼 새 출발을 택했다.

안전과 안정이 확인된 길이 후회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그것이 꼭 '옳은 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신자라 낙인 찍거나 욕심이라 비하할 일도 아니다. 또 다시 일반적인 선택과 다른 길로 들어선 기성용의 결정을 존중한다. 좋은 본보기를 위해, 기왕이면 잘했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