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장마에도 실내 액티비티로 자신만의 일상 즐긴다. 사진은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사진=남동주 기자
폭염과 장마가 이어지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날씨를 탓하지 않는다. 장마철 특유의 눅눅함과 궂은 날씨로 야외 활동은 어렵지만 실내에서 땀을 흘리는 액티비티에 주목하고 있다.

배드민턴·서핑·클라이밍 등 스포츠 마니아층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운동들이 최근 '힙한 취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종목들은 실내에서 즐길 수 있거나 수상 스포츠인 만큼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딱히 Z세대의 특징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단순한 운동으로서가 아닌 경험과 기록 즉 몸으로 즐기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한다. 기상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날씨마저 소비 콘텐츠로 전환하는 태도는 Z세대 특유의 기동성과 감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인!" 실내 배드민턴에 빠진 20대…장마철 스트레스는 셔틀콕으로 날린다
Z세대는 배드민턴을 운동 넘어 SNS 콘텐츠와 관계의 놀이로 즐긴다. 사진은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사진=남동주 기자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실내 배드민턴장은 평일 저녁임에도 코트가 이미 만석이었다. 한 코트에선 밝은색 운동복을 맞춰 입은 2030세대들이 "마인!"을 외치며 셔틀콕을 주고받고 있었다. 마인은 함께 팀을 이루는 파트너와 동선이 겹치는 곳으로 셔틀콕이 날아올 때 자신이 셔틀콕을 치겠다고 알리는 신호이다.

주말마다 배드민턴장을 찾는다는 양재원씨(28)는 "다른 운동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빠른 전개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올바른 스텝과 스윙 자세만 익힌다면 비교적 부상이 적은 스포츠"라고 배드민턴을 소개했다. 이어 "하루 이용료가 1만원 내외라서 가격 부담이 적고 장비 대여까지 포함돼 접근성이 좋다"고 덧붙였다.

홍진아씨(30·여)는 매주 3~5회 배드민턴을 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스포츠 활동에 비해 구장 접근성이 뛰어나고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실력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참석할 수 있어 좋다"며 "최근엔 친구들과 릴스 등 배드민턴 관련 콘텐츠도 촬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배드민턴그램', '#우정랠리' 같은 해시태그를 단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단순한 운동이 아닌 '관계의 액티비티'로 소비되는 셈이다.
"완등의 쾌감에 중독됐어요"… 실내 클라이밍에 꽂히다
실내 클라이밍을 성취감과 SNS 인증이 공존하는 놀이로 즐기는 Z세대. 사진은 클라이밍을 즐기는 모습. /사진=남동주 기자
SNS에서 '#볼더링'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컬러풀한 암벽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이 쏟아진다. 손에 하얀 초크를 바르고 벽을 오르는 이 운동은 이제 더 이상 마니아층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최근엔 운동 초보들도 쉽게 도전하는 실내 볼더링장이 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친구의 권유로 처음 클라이밍을 접한 뒤 푹 빠지게 된 최재빈씨(27)는 "혼자 하는 스포츠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과 환호성이 들릴 때면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하는 것 같이 느껴져 더욱 즐겁다"며 "클라이밍이 끝난 뒤 느끼는 성취감과 올 때마다 찍는 인증샷은 클라이밍의 매력을 더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2030세대의 가입 비율이 크게 늘었다"며 "Z세대 고객은 전문 장비 없이 와도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클라이밍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중에는 일상 속 기분 전환용으로 찾는 경우가 많고 SNS용 영상 촬영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실내에서 파도를?…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어
실내 서핑으로 장마에도 바캉스 감성과 콘텐츠를 동시에 즐긴다. 사진은 실내서핑을 즐기는 모습. /사진=남동주 기자
제주도에 위치한 한 실내 서핑장. 실내임에도 높은 천장과 파도 풀, LED 조명 아래 젊은 서퍼들이 줄지어 보드를 들고 서 있다. 강사의 구호에 맞춰 물살 위에 올라탄 청년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핑장을 찾은 윤예린씨(24·여)는 "바닷가 못 가도 서핑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바다에서 서핑하면 바닷물로 인해 입에 짠맛이 맴도는데 실내 서핑은 그렇지 않으니 너무 좋다"고 밝혔다. 회사원 윤씨는 친구들과 함께 '장마철 버킷리스트'로 실내 서핑 체험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준씨(31)는 "바다 서핑은 계속 파도를 기다려야 하지만 실내 서핑은 끊임없이 파도가 나오니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며 "같은 시간 대비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 실내 서핑의 장점을 설명했다.

서핑장 관계자는 "최근 방문자 중 절반 이상이 20대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SNS 인증이 가능한 '포토존 보드'나 조명 시스템도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내 서핑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바캉스 감성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취향 소비'의 대표 사례다.

개성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Z세대에게 장마는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 실내 액티비티는 땀을 흘리며 건강을 챙기고 동시에 SNS에 공유할 콘텐츠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소비 경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디서든 나답게 노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