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박보영이 박진영, 류경수와 동시에 로맨스를 연기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연출 박신우)은 박보영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쌍둥이 자매를 맡아 1인 2역이었지만, 극 중 서로의 삶을 바꿔서 사는 설정이 있어 사실상 1인 4역을 연기했다. 박보영은 동일한 외형이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미지의 성격과 속에 꾹꾹 눌러 담는 미래의 감정을 모두 다르게 그렸다. 미래와 미지가 겪는 각자의 위기와 상처, 이를 극복해 내는 성장의 과정은 박보영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완성됐다.
배우로서 처음 경험하는 연기의 숙제를 푼 박보영은 시청자들에게 '미지의 서울'만의 위로를 전할 수 있었다.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에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스한 이야기, 박보영은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N인터뷰】 ①에 이어>
-고등학생 역할도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배우 이재인이 아역을 맡았다. 이유가 있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역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안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리고 아역까지 했으면 (힘들어서) 진짜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웃음) 재인 씨가 워낙 잘 표현해 주셨다. 학생 때의 풋풋함을 잘 표현해 줘서 (내가) 안 하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풋풋함은 어렵더라.
-미래와 미지 중에 연기하기에 편한 것은.
▶편한 인물은 없었다. 미지는 아무래도 겉으로 다 표현하고 지금까지 했던 밝은 캐릭터의 연장선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미래는 절제를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표정도 많이 쓰지 않고 톤도 많이 눌러야 했다. 나에게 모두 있는 모습이다. 미지를 할 때는 더 극대화하고, 미래를 할 때는 조금 더 누른다. 비율로 표현하자면 미지가 60, 미래 40일 것 같다.
-미지의 대사량이 정말 많다.
▶많기는 한데 작가님이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은 거의 안 쓰시더라. 미래와 미지가 대화할 때가 어려웠다. 통으로 외우면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래와 미지를 따로 촬영했다.
-미래의 삶은 어떻게 표현했나.
▶미래를 보면서 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언니 덕분에) 미래를 조금 더 이해하기 수월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안 해보지 않았나. 그런데,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미래를 보고 'PTSD 올 것 같다'고 했는데 '됐다' 싶더라. 미래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걱정했다.
-호수(박진영 분), 세진(류경수 분) 두 남자와 각각의 로맨스를 연기했다. 박보영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누군가.
▶호수는 따뜻한 에너지로 눌러주는 힘이 있더라. 세진은 심연에 가라앉아있는 걸 억지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밝은 에너지로 움직이게 했다. 미래와 미지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를 만났다는 걸 느꼈다. 한 명을 뽑는 건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같은 질문 같다. 둘 다 너무 사랑하는 인물들이어서 고르기 어렵다. 호수는 '미지야 안 돼' 하는 것 같고 세진이는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 두 명의 남자와 공식적으로 데이트를 했다. (보통은) 메인 남주(남자 주인공)가 있고 서브 남주가 있어서 둘 중 한 명과 연결되는데 합법적으로 두 남배우와 (로맨스를 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았다.(웃음)
-시청자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했는데,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
▶제가 맡은 미지, 미래도 있지만 극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결핍이 있고 핸디캡이 있다. 특정한 사연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극 중에 (미래와 미지가) '너는 그렇게 사니까 편하지?'라고 생각하다가 상대방의 삶이 힘듦을 경험한다. 타인의 삶이 나아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는 내용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걸 스스로에게도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버티지 마 대신 해줄게'라는 대사가 있는데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위로가 됐다. 또 할머니가 '우리 미지가 나비가 되려고 이렇게 힘드나'라고 할 때 미지는 '나 아무것도 안 될 거다'라고 말한다. '소라게가 무서워서 숨으면 그게 잘못된 거냐'라는 대사도 있다. 다 살자고 하는 것이지 않나, 살자고 하는 건 다 용감하다는 내용의 대사에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 살면서 후회하는 것이나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그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크게 와닿았다. 모두가 다 노력하며 살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배우로서 도전한 것은.
▶연기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도전했다. 미래와 미지를 오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장소에 맞춰서 몰아서 촬영했다. 미지를 연기하다가 감독님이 '미래 불러와 달라'고 하면 다시 디테일을 잡으려고 했다.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뽀블리'라는 별명처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도전을 했다. 앞으로 계획은.
▶밝은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도 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같은 작품 속 캐릭터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미지의 서울' 역시 미지가 밝지만 아픔이 있는 친구다. 미래를 연기하는 건 처음부터 힘들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하려고 했다. 나름 갈증을 채워서 앞으로는 밝은 인물도 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텐션이 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자꾸 뭔가 메시지를 드리는 것 같더라.(웃음) (차기작인) '골드랜드'는 제가 한 역할 중에 가장 어둡다. 그 작품을 마무리하면 다시 밝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뽀블리' 역시 너무 감사하다. 잘 유지하고 싶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