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를 앞둔 제약·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성과가 주목된다. /사진=강지호 기자(각 사 제공)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전문경영인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연임 여부는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적 개선과 주가 관리에 모두 성공한 전문경영인이 속출한 상황에서 몇몇은 엇갈린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 중 임기를 앞둔 전문경영인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등이 있다. 존림 대표는 내년 3월16일, 나머지는 같은 달 29일까지 임기다. 이들은 대표로 재임한 기간 회사의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 주력 사업 성장 등의 성과를 종합 평가받은 뒤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주가 챙긴 존림… 임직원 개인 정보 유출은 타격

사진은 지난달 바이오재팬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임기 만료 예정 CEO 중 사업적 성과가 가장 뛰어난 건 존림 대표다. 존림 대표는 올 들어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루고 주가 상승도 이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3분기 매출 4조2484억원, 영업이익 1조6911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1%, 영업이익은 70.1% 늘었다. 1~4공장 풀가동과 우호적인 환율 등이 실적 개선 배경으로 언급된다. 주가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연초(1월2일) 93만4000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지난 13일 122만1000원으로 30.7% 상승했다.

존림 대표는 회사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했다. 직접 제안한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구조 상 분리했다. 존림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를 떼어 낸 만큼 순수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 극대화와 추가 고객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인적분할 발표 후 1조8000억원대 수주 등을 따내며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연간 수주(5조5193억원, 11월 초 기준) 기록을 달성했다.


사업적 성과와 별개로 존림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생길 것이란 우려는 걸림돌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망에 임직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유출된 정보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의 인사 개입 정황, 직원의 연봉 및 고과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대표는 이후 "임직원 비공개 정보와 회사 경영정보 다수가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임직원들도 열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가 피해 발생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박성수, 대웅제약 성과 주도… 신영섭·박재현은 절반의 성공

사진은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왼쪽부터). /사진=강지호 기자(각 사 제공)


박성수 대표도 존림 대표와 마찬가지로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뤘다. 대웅제약의 올 1~3분기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52억원, 1580억원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29.6% 상승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함께 ETC(전문의약품)·OTC(일반의약품) 등 전 사업 부문의 성장 기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회사 주가는 지난 1월2일 12만6800원에서 지난 13일 16만2700원으로 28.3% 뛰었다.

한미약품을 이끄는 박재현 대표는 실적 개선에 실패했지만 주가를 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올 1~3분기 매출 1조1146억원, 영업이익 1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1~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 6.0% 줄었다. 주가는 지난 1월2일 27만8500원에서 지난 13일 48만3000원으로 73.4% 급등했다. 한미약품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중간 톱라인이 공개되며 연내 허가신청 및 상업화 가능성이 커진 덕분이다.


반대로 신영섭 대표는 주가 측면에서 성과가 부족했다. JW중외제약은 올 1~3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5718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23.0% 증가했다. ETC 분야 성과가 실적 개선 배경으로 언급된다. 주가의 경우 이달 13일 2만5100원을 기록, 지난 1월2일(2만3950원)과 견줬을 때 4.8% 상승에 그치는 등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기 전이기 때문에 섣불리 관련 내용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각 대표가 부족했던 점이 있지만 성과도 뚜렷한 만큼 결과는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