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전북에 입단해 지금껏 전북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철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철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축구선수 최철순은 2025년 21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20번째 시즌이다. 그는 군복무를 위해 입단한 상무(당시 상주상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오직 전북의 '녹색 유니폼'만 착용하고 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어느덧 30대 후반이 됐고 타고난 '동안'이기는 하나 이젠 꽤 아저씨 티도 난다. 하지만 축구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다. 20년 한결같은 '최투지'의 열정과 근면 성실은 '귀감'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최철순은 2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김천상무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 후반 41분 필드를 빠져 나올 때까지 전북의 오른쪽 수비를 책임지며 2-1 승리에 일조했다. 전북은 17경기 무패(12승5무) 행진으로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고, 1987년생 최철순은 2025시즌 두 번째 K리그1 출전이자 첫 선발 경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최철순은 프로 커리어에 전북만 있는 '원클럽맨'이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잡은 것이 2005년 여름이었으니 최철순의 커리어가 곧 '전북 왕조'의 역사다.


2009년 K리그1 첫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5연패(2017~2021)를 포함해 지금껏 총 9번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철순은 그 9번의 영광을 모두 누렸다. 2006년 그리고 2016년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할 때도 함께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특히 2016년 ACL 결승 1차전에서는 최강희 감독의 특명을 받아 수비형MF로 변신, 상대 에이스를 그림자 마크했을 정도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투지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비중이 점점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입지가 크게 줄었다. 2023년까지만 해도 19경기에 출전했던 최철순은 지난해 시즌을 통틀어 5번만 출전(정규리그 기준)했다. 그리고 올해는 2군 개념인 '전북 N팀' 멤버들과 함께 출전하는 K3리그가 그의 주무대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은퇴를 생각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전북을,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최철순은 조카뻘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면서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찾아온 1부리그 김천전에서 손색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철저하게 '준비'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최철순이라는 축구 선수는 원래 그런 캐릭터다.


전북현대 소속으로 500경기 출전하던 날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는 최철순. 그냥 K리그의 양관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소싯적부터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도 아니고 연령별 대표팀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도 아닌 그는 "프로에 오기 전까지 경기에 잘 나가지 못했기에, 뛰지 못하는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죽기 살기로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한 적 있다.

'최투지' '독종' '악바리' 등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가 비슷한 것은 '진한 땀'이 평범한 최철순이 특별해질 수 있는 길임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뛰었고, 그렇게 20년을 버텨냈다. '버텼다'고 표현했으나 이 근속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북은 그저 그런 성적에 그치는 팀이었다. 하지만 최철순이 입단한 2006년 이후 전북은 리그를 선도하는 클럽으로 위상이 확 달라졌다. 적극적인 투자로 대표급 선수들이 차고 넘치는 '호화군단'을 구축했고 3등을 해도 실패한 시즌이라 불리는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팀에서 20년 동안 뛰고 있다면 자체로 존경받을 일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무쇠 같은 양관식의 사고뭉치 아들 양은명을 고용하던 얼음공장 사장은 "니가 '명마'의 자식이라 쓰는 것"이라면서 "요새 사람 성실한 거는 고지식하다 무시하지만 니 아버지 성실한 것은 한 톨도 무시해서는 안 될 급"이라고 말한다.

최철순의 근면성실함이 양관식급이다. 나중에 은퇴할 때 '폭삭 속았수다' 박수 받아 마땅한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