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 낙뢰로 6경기가 중단됐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이건 축구가 아니다."


지난 2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벤피카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6강전은 무려 4시간 38분 동안 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의 경기가 연장전까지 치러지는 혈투이긴 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경기가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낙뢰 때문이다.

당시 첼시가 1-0으로 앞서던 후반 40분 낙뢰를 동반한 기상 악화 우려로 117분 동안 경기가 멈췄다. 약 2시간 만에 재개된 경기에서 벤피카가 동점골을 넣고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 3골을 몰아친 첼시가 4-1로 승리했지만 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은 "우리가 85분 동안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중단 이후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건 축구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대회에서 낙뢰로 경기가 지연되는 경우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K리그를 대표해 클럽 월드컵에 나선 울산 HD는 지난 18일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첫 경기를 앞두고 낙뢰 예보 탓에 예정보다 65분 늦게 킥오프했다.

이외에도 파추카-잘츠부르크, 팔메이라스-알아흘리, 벤피카-오클랜드, 보카 주니어스, 오클랜드 등도 낙뢰로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8마일(12.9㎞) 낙뢰 규정' 원칙에 따라 야외 스포츠 활동 시 8마일 내 낙뢰가 확인되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30분 동안 낙뢰가 없다면 예정대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낙뢰가 확인되면 30분을 또 기다려야 한다.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최근 미국에서 낙뢰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상청(NWS) 분석에 따르면 탄소배출 증가와 대기 불안정성 때문에 낙뢰가 전과 비교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올해까지 낙뢰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문제는 이와 같은 낙뢰 문제가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기간에도 재발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NWS 운영 책임자 벤 쇼트는 "현재 미국에서 발생하는 낙뢰는 매우 일반적이다. 전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 시기에 뇌우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3~5일, 길게는 일주일 내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중단되는 경기는 월드컵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에 울산을 이끌고 클럽월드컵에 출전해 미국 날씨를 경험한 김판곤 감독은 "낙뢰 변수가 있다. 낙뢰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중단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대표팀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클럽 월드컵 정상을 노리는 팀과 내년 월드컵을 앞둔 팀들은 경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낙뢰 중단 때 대처방안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낙뢰로 인한 경기 중단이 누군가에겐 김 빠지는 일이지만 다른 한 편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