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사장은 지난 1일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달 3일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찾아 사임 의사를 전달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현재는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후임으로는 류광수 전 KAI 부사장,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문승욱 전 산업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류 전 부사장은 KAI에서 FA-50과 KF-21 개발에 참여한 35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 출신으로 강 전 사장 취임 직후 해임됐다. 현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강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 규모의 '천궁-Ⅱ(M-SAM2)' 수출 계약을 성사, 방위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류 전 부사장과 강 전 청장 모두 과거 이력에 대한 논란 등으로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KAI 노조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검증 없는 낙하산 인사가 강행된다면 즉시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류 전 부사장에 대해 퇴직 이후 한화로 이직해 기술·인력 유출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청장은 재임 당시 업무추진비 허위 기재, 기자들과의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 등으로 고발된 전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문승욱 전 장관에 대해선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KAI의 민영화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KAI는 형식상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 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방산 업계에서는 KAI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 시장이 자율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높은 정부 지분율은 KAI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며 "해외 주요 방산기업 가운데 KAI처럼 정부가 최대 주주인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로는 한화와 LIG넥스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차기 사장 후보로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류 전 부사장은 KAI와 한화 양측의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로 사장에 선임될 경우 한화가 인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는 KAI 인수 시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할 수 있다.
LIG넥스원도 KAI 인수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KAI를 인수할 경우 한화와 방산업계 양강 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의 주력 분야였던 교전통제시스템(ECS) 시장에 진출하면서 두 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KAI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적합한 역량을 갖춘 인물의 대표 선임이다. 방위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기술 축적과 해외 수출 역량이 핵심이며 정부와의 조율 능력도 중요하다. 그만큼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갖춘 CE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객관적인 인사 검증 체계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원리 원칙대로만 적용하면 복잡할 것 없는 문제"라며 "항공과 방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위 관료 출신이거나,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해본 전문 경영인이 사장으로 인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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