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배송 서비스 실시 이후 주7일 근무하는 택배기사가 늘어나면서 택배업계에 과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 한 주택가에서 택배기사가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주7일 배송'이 충분한 인력 충원 없이 시행되면서 현장의 과로가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폭염 속에 배송지역과 근무 일수가 늘어나는 등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어 정부와 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는 경북 구미에서 온열 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8일 공개한 온열질환자(5월 15일~7월 6일)는 사망 7명을 포함해 8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5% 늘었다.


연이은 폭염에 택배업계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데 반해 올해 주7일 배송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주말 근무까지 강행해야 하는 곳이 늘어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택배사들은 올 1월부터 주7일 배송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백업 기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채 기존 배송기사들이 돌아가며 주말 근무를 떠맡는 형태가 되면서 준비 없는 주7일 배송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택배사들이 전국 읍·면 단위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자 기사들 사이에선 "배송할 사람도 없는데 지역만 늘리면 어떡하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백업 기사 시스템이 없는 배송업체들은 기존 주6일 근무를 가져가되, 일요일에 자체적으로 돌아가며 배송을 하는 식으로 근무조를 형성하고 있다. 평일에는 3~4명이 한 조를 이뤄 구역을 나눠 배송하고 일요일에는 1명이 조원 전체의 배송 구역을 모두 책임지는 식이다. 주말이라 물량 자체는 적을 수 있어도 방문해야 할 지역의 면적은 2~4배 넓어지는 셈이다. 한 택배기사는 "물량은 적고 배송 지역은 넓어 이동 시간만 길어지는 비효율적인 노동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수수료 인상보다 백업이 우선돼야
택배사별 주7일 배송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올 4월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및 과로사 방지 대책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한달 사이에 5만명이 동의했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20일 연속 근무했다. 같은 조에 추가 인력이 없다" "이러다 정말 쓰러질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택배노조는 "추가 인력 투입이 없는 주7일 배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남희정 택배노조 CJ 대한통운 본부장은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한 인력 대책을 먼저 내놓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은 '추가 배송 수수료' 지급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수수료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물리적인 업무 강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노조의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진택배 노조 역시 사측의 일방적인 추진에 반발하며 배송 거부 등 쟁의 활동을 경고한 상태다.

택배사들보다 먼저 주7일 배송을 시작한 쿠팡로지스틱스(CLS)와 컬리는 일찌감치 백업 기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적인 백업 인력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4인 1조 혹은 5인 1조로 일을 하다가 1명이 쉬면 다른 기사들이 일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자체 인력을 투입한다. 쿠팡과 컬리의 기사들은 주 4~6일 수준으로 근무하고 휴무 또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 컬리의 정규직 배송 매니저인 샛별크루는 철저하게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컬리와 계약된 지입사 배송 매니저도 주 7일 근무를 하지 않고 적정한 휴일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도 "CLS는 대리점이 '백업 기사'를 두어야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CLS는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도 있어 쿠팡 퀵플렉서는 용차 비용 없이 휴가를 낼 수 있디"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