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는 지난 7일 경북 구미시 산동읍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20대 외국인 노동자 A씨 사망사고를 두고 이 같이 말했다.
당시 경북 구미의 최고기온은 38.3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상황에서 A씨는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한낮에 근무를 하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한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혹서기 근무 노사합의' 등의 적용을 받아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하고 퇴근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 노동자들과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 처우가 도마에 올랐다.
베트남 국적 A씨는 해당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계속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 사망자의 체온은 40.2도였다. A씨 외 외국 국적 이주노동자들이 당시 폭염 속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해당 사업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단축근무를 허용하지 않고 근무시간을 자의적으로 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미흡한 안전 관리, 관리 감독의 부재가 불러낸 인재(人災)의 전형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사건 이면에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혹서기 이주노동자 보호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효율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권은 물론 기본적인 인권조차 등한시한 셈이다.
차별 받는 '비주류'들이 산업재해 현장의 안타까운 피해자가 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서른 명 넘는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다.
작년 6월 24일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과 연기는 곧바로 작업장을 가득채웠고 이 사고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역대 최악의 화학 공장 사고로 기록된 이 사건에서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비정규직이고 그중 18명이 이주 노동자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살아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증언을 통해 희생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비상구 위치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상구가 정규직의 지문과 카드로만 작동되고 비정규직은 이용조차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정당한 대우는 받지 못하고 오히려 생존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다. 국적과 근로형태 따라 사업현장 노동자들의 목숨값은 달라지는 것일까.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존중'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주노동자여서, 비정규직이어서, 주류에 속하지 못해서 차별받고 소외당하다 못해 목숨을 위협받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새 정부가 강력한 노동자 보호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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