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최응천 국가유산청이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15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높이 약 4.5m, 너비 약 8m 암면에 바다동물과 육지동물 등 312점이 새겨져 있다. 특히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가유산청 제공)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면서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의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국가유산청 제공)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고,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며,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역할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는 뉴스1에 "'반구대 암각화'는 유럽의 선사 미술사에서 늘 언급되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등재 이후에도 이 유적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가유산청 제공)


'반구천의 암각화'는 석굴암·불국사가 한국 유산 중 최초로 세계유산(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17번째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이후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 역사 유적지구(2015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한국의 서원(2019년), 가야고분(2023년) 등 총 14건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시켰다. 또한 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한국의 갯벌(2021년)도 세계 문화에 포함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및 이 두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 등 세 개 부문으로 나뉜다. 북한 금강산은 복합유산으로 신청한 상태로,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로선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니콜라이 네노브(Nikolay Nenov) 세계유산위 의장(맨 왼쪽)(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