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 주최로 열린 '862만명의 불안정 독립노동자, 어떻게 할 것인가?: 디지털 플랫폼노동·프리랜서의 사회적 보호 실현 과제'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비전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돼야 할 해법이 제시됐다.
국내 비정형 노동자는 862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대체로 취약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정규직과 달리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핵심 노동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며 계약 구조 또한 일방적이어서 수수료와 수익 분배, 계약 해지 등에서 불공정 문제가 빈번하다. 이 같은 생계 불안을 가중해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2대 대선 과정에선 비정형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이 주요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은 지난 5월 대선 공약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고용·노동 분야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일터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등을 핵심으로 한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도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는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관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198호'를 채택,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은 'ABC 테스트'를 도입해 모든 노동자를 피고용인으로 추정했다.
이날 논의에서는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제도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개별적 노동관계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정규직·종속적 고용관계에 한정돼 있어 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정규직·비종속적 노동자는 사실상 보호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 노동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규직·종속적 근로자 중심의 협의적 보호를 넘어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일터 권리 보호를 위한 기본법'의 실효적 실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법제적 측면에서 근로조건과 근로자 개념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과제로는 '사용자'의 개념 정립이 제시됐다. 전통적 사용자 개념은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 즉 회사나 고용주 한 명만을 지칭하게 되어 있다. 플랫폼 노동처럼 누가 실제로 일을 지시하고 통제하는지 불분명하거나 여러 주체가 관여하는 구조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정의만으로는 실질적인 책임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예컨대 플랫폼 알고리즘 설계자, 콘텐츠 편성자, 광고주, 플랫폼 운영사 등은 모두 노동자의 수익과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은 모두 '노동을 향유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보호에 의무를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복합적 사용자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복수의 사용자 존재 가능성을 예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전형 노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협소해 유연한 사회보장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소장은 "플랫폼 노동자처럼 일감과 소득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구직급여를 통해 최소한의 생계와 재취업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 제도에 '부분 실업급여' 같은 유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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