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홍원기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와 키움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5.6.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긴말하지 않겠다. 내년 미디어데이에선 제일 늦게(1등 팀) 입장하겠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야심 차게 외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출사표는 공염불이 됐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키움은 14일 홍 감독과 고형욱 단장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김창현 수석코치도 동반 해임됐다.

키움은 올 시즌 91경기에서 27승3무61패를 기록,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쳤다.


사실상 가을 야구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구단은 올스타전 종료 후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칼을 빼 들었다.

홍 감독은 창단 첫해였던 2008년부터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며 히어로즈 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9년까지 수비·주루코치를 맡았고, 2020시즌 수석코치를 거쳐 2021시즌부터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2022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홍 감독은 3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성적 부진 끝에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짐을 쌌다.

20년 가까이 히어로즈에 몸담아온 홍 감독과 구단의 인연은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홍원기 감독이 8회초 1사 1루 상황 마운드를 방문해 선발 알칸타라를 비롯한 야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7.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일 LG 트윈스전이 홍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5년 동안 통산 성적은 293승15무359패, 승률 0.439를 기록했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전반기를 돌아보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사다난'이란 말이 떠올랐다"며 "지난해 팀 타격이 워낙 떨어져서 올해 외국인 타자 두 명으로 시작했다. 마운드나 수비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섰지만, 공격은 계산이 서지 않았다"라며 "늦게나마 라울 알칸타라와 라클란 웰스가 합류해 마운드가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키움은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트레이드를 진행했지만, 즉시 전력감을 내주고 유망주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등 전력 강화와 거리가 멀었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구단의 비전에 '현재'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선수층은 얇아졌다.

구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홍 감독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연차 및 신인 선수들 위주의 전력으로 2025시즌에 돌입했고, 추락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후반기 돌아올 전력에 기대를 걸었다. 김태진, 김재현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고, 9월에는 '토종 에이스' 안우진이 전역해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먼저 팀을 떠났다.

한편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삼성 라이온즈와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는다.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

신임 단장으로는 허승필 운영팀장이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