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긴말하지 않겠다. 내년 미디어데이에선 제일 늦게(1등 팀) 입장하겠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야심 차게 외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출사표는 공염불이 됐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키움은 14일 홍 감독과 고형욱 단장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김창현 수석코치도 동반 해임됐다.
키움은 올 시즌 91경기에서 27승3무61패를 기록,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쳤다.
사실상 가을 야구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구단은 올스타전 종료 후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칼을 빼 들었다.
홍 감독은 창단 첫해였던 2008년부터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며 히어로즈 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9년까지 수비·주루코치를 맡았고, 2020시즌 수석코치를 거쳐 2021시즌부터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2022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홍 감독은 3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성적 부진 끝에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짐을 쌌다.
20년 가까이 히어로즈에 몸담아온 홍 감독과 구단의 인연은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일 LG 트윈스전이 홍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5년 동안 통산 성적은 293승15무359패, 승률 0.439를 기록했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전반기를 돌아보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사다난'이란 말이 떠올랐다"며 "지난해 팀 타격이 워낙 떨어져서 올해 외국인 타자 두 명으로 시작했다. 마운드나 수비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섰지만, 공격은 계산이 서지 않았다"라며 "늦게나마 라울 알칸타라와 라클란 웰스가 합류해 마운드가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키움은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트레이드를 진행했지만, 즉시 전력감을 내주고 유망주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등 전력 강화와 거리가 멀었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구단의 비전에 '현재'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선수층은 얇아졌다.
구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홍 감독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연차 및 신인 선수들 위주의 전력으로 2025시즌에 돌입했고, 추락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후반기 돌아올 전력에 기대를 걸었다. 김태진, 김재현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고, 9월에는 '토종 에이스' 안우진이 전역해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먼저 팀을 떠났다.
한편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삼성 라이온즈와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는다.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
신임 단장으로는 허승필 운영팀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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