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AI 엔지니어 젬마(앨리스 윌리암스 분)는 조카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우 분)와 메간에 대한 충격과 상처 속에 살아간다. 이후 이들은 FBI를 통해 무기업체에서 군사용 병기로 만들어진 아멜리아(이바나 사크노 분)가 자신을 만든 인간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타깃은 자신들이 됐음을 깨달은 젬마와 케이디는 아멜리아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 강제 종료했던 메간과 공조에 나서기에 이른다.
'호러테이닝 무비'로 주목받았던 영화 '메간'이 속편으로 돌아왔다. '메간 2.0'은 하나뿐인 친구 케이디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온 '돌AI' 메간과 업그레이드된 '쌍돌AI' 아멜리아의 예측 불가 '퀸 받는 대결'을 그린 탈 장르 무비다. 전작에서 AI 로봇 메간은 프로그래밍 오류로 인해 보호본능이 광적으로 폭주하며 큰 과오를 저질렀고, 결국 파괴된 바 있다. 속편에서는 메간이 수면 모드로 있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메간 2.0'은 살인 병기 AI 로봇 아멜리아에 대적하는 메간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에 메간은 케이디를 지키기 위해 하드코어 액션을 선보이는 로봇으로 변신한다. 전편에서의 여전히 살벌하고 기괴한 매력은 여전하지만, 전편보다 더욱 고도화된 지능과 성능, 케이디와 젬마에 대한 복합적이면서 정밀해진 감정선, 강화된 도덕성 등 한층 더 진화된 면모가 돋보인다. 또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와 사회 시스템을 장악하고자 하는 욕망도 아멜리아를 통해 한층 더 강하고 주체적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메간과 아멜리아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도 메간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긴장감과 함께 전개된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지만, 케이디를 과잉보호하게끔 자신을 프로그래밍했던 젬마에 대한 AI 로봇 메간의 다층적인 감정선은 전편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젬마 역시도 기술적으로도, 또 신체 능력적으로도 진화한 메간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못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그에 대한 지속적인 불신과 경계심을 드러내며 AI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재차 상기하는 역할을 해낸다.
장르적으로는 액션과의 융합이 더욱 두드러진다. 메간과 아멜리아의 액션 비중이 커지면서 호러와 스릴러 요소보다는 액션 중심의 전개가 더욱 부각됐다. 전편에서는 AI 로봇인 메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인간에게 위협이 됐던 상황에서 비롯된 스릴러 요소가 쫄깃한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속편에서는 이런 장점들이 약화돼 아쉬움을 남긴다. 더 전투력이 강한 AI 로봇인 아멜리아에 맞서는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기대했던 장르적 요소보다는 액션 요소가 대폭 강화됐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메간 2.0'은 킬링타임용 영화로 알맞은 선택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및 '인시디어스' 시리즈,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등 작품을 선보인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작품답게 '호러테이닝'의 오락적 재미에 충실하다. 다만 극 중 인물들을 통해 AI 시스템과 규제의 필요성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전해지는 장면들은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인간과 AI의 부조화에서 오는 특유의 병맛 코드 역시 한발 더 나아갔다면 보다 예측에서 벗어난 재미를 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메간 2.0'은 AI와 인간의 뜻밖의 협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편 개봉 당시보다 AI가 더욱 상용화된 시기인 만큼, 소재가 더욱 가깝고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그간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빌런으로 주로 그려진 반면, '메간 2.0'은 마냥 비관적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재를 다루는 시각의 확장이 엿보인다. 또한 '메간' 시리즈 특유의 냉소적이면서 직설적인 유머와 '돌AI' 캐릭터의 시니컬한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도 속편을 기다려온 관객들에겐 반가울 것이다. 전편에서 화제가 되며 메간을 '밈 스타' 반열에 올렸던 기이하면서도 코믹한 춤은 속편에서도 등장한다. 또한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등장, 웃음과 섬뜩함을 오가는 여전한 매력을 보여준다. 오는 16일 국내 개봉. 상영시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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