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개월째 하락하면서 금리 하단이 연 3%로 내려왔다. 코픽스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나 올라간 대출 문턱에 실수요자들의 금리 인하 효과는 적을 전망이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연 2.54%로 전달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6월(2.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픽스는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가 인상·인하되면 이를 반영한 코픽스가 상승 또는 하락한다.


코픽스 하락에 시중은행은 이날부터 신규 주담대 금리를 소폭 인하한다. KB국민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03~5.43%에서 3.94~5.34%로 0.09%포인트 내린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4%에서 3%로 내려간 셈이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3.87~5.07%로 조정한다. 신잔액 코픽스 금리는 4.24~5.44%에서 4.16~5.36%로 하향 조정한다.

문제는 높아진 대출 문턱에 낮아진 금리가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접수 중단 기간을 늘린다.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종전보다 50% 줄이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통해 한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해 8~9월 실행되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3분기에 해당하는 8~9월 실행분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10월 이후 실행되는 수도권 주담대 접수는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는 물론 전세자금대출까지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농협은행은 9월 실행분까지 한도가 소진돼 더 이상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도 8∼9월 실행되는 주담대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은행은 월별 모집인 한도가 정해져 한도가 차면 접수가 중단된다.

은행 관계자는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시행돼 차주들이 더 많은 대출 한도를 산정받기 위해 고정형을 선택하는 분위기"라며 "수요자의 대출 수요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가 정한 총량과 한도 내에서 대출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는 6·27 대출 규제를 시행한 후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줄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755조7260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54조8348억원)보다 8912억원 늘어난 수치다.

하루 평균 891억원씩 증가한 셈으로 지난달 일평균 증가액(2251억원)의 40% 수준에 그친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2조76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