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등 김포공항 인근 지역에서 고도제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1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년 만에 고도 제한 기준을 전면 개정하면서 서울 서남권 재건축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 안전을 이유로 개발이 가로막힌 기존 규제 방식에서 '조건부 허용' 체제로 전환하는 구조지만 재건축 수익성이 높은 양천구 목동 조합들은 즉각 반발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지난 15일 목동 신시가지, 신월시영 재건축 조합장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ICAO 개정 관련 선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0여개 조합장 또는 추진위원장이 참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ICAO는 기존 '수평 표면' '원추 표면' 등 비행 경로와 관계없이 반경 기준으로 규제하던 방식에서 항공 안전에 실질 영향을 미치는 구역을 '장애물 금지 표면'(OFS)으로 분류해 고도 제한을 엄격히 한다. 이외에는 '장애물 평가 표면'(OES)으로 구분, 개별 심사를 거쳐 개발을 허용하는 '이중 구조' 방식이다.

ICAO 개정안은 다음 달 4일 발효된다. 다만 회원국이 반대 의견을 제출시 과반 동의를 받아 해당 조항을 제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제기준 개정에 맞춰 국내법을 정비하면 2030년 11월 전면 시행된다.

과거 국토부는 유사 상황에서 법령 적용 시점을 조정하는 부칙을 두고 사업 혼란을 최소화한 사례가 있다. 2014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개정 때 부칙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는 기존 기준을 적용한다"는 경과 규정을 두어, 인허가를 완료한 경우 기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고도 제한 새 기준 예외 적용 가능할듯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높일 경우 사업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목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목동 한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서두르고 있어 선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신시가지 6·8·12·13·14단지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중 6단지는 조합 설립을 완료한 상태다. 정비사업 절차에 따라 조합 설립 이후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할 수 있어 국토부 부칙을 반영시 고도 제한 새 기준의 예외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

4·5·7·9·10단지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진행중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목동은 현재 총 14개 단지 약 2만6000여가구가 거주중이다. 재건축 완료 시 5만3000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양천구는 새 기준이 김포국제공항 주변 고도 제한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수평 표면'으로 분류하고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한다고 양천구는 분석했다. 지금까지 규제를 받지 않던 목동을 비롯해 영등포·서대문·마포구와 부천·김포시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ICAO 개정안이 국내 적용 과정에서 도시개발을 제한하는 영향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항공 안전과 도시계획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도 제한이 강화되면 조망권 축소와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 재건축 조합에는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조만간 ICAO 개정안 분석을 거쳐 최종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 안전을 최우선 고려하면서 국내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