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록히드마틴 기업정보. /사진=강지호 기자
글로벌 방산 대장주 록히드마틴(LMT)이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11% 가까이 급락했다. F-35 전투기 관련 손실과 연간 가이던스 하향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록히드마틴은 전 거래일 대비 10.81% 하락한 410.74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는 연초(482.25달러) 대비 15% 하락한 수준이며, 52주 최고가(618.95달러) 대비 33% 조정된 가격이다.


이날 록히드마틴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 3억4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8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80억7000만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1.3%에서 3.1%로 급락했다.

이는 F-35 전투기 등 항공 부문에서만 9억5000만달러 규모 충당금이 반영된 결과다. F-35 전투기 수주는 방위산업 업종 특성상 고정가 계약 구조로 예산을 초과한 비용은 계약사인 록히드마틴이 떠안는 구조다. 이에 올해 2분기 인플레이션과 생산 차질, 부품 비용 증가 등이 복합 작용하며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록히드마틴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F-35 전투기가 단기 실적의 아킬레스건이 된 셈이다.

아울러 록히드마틴은 캐나다 해군과 헬기 공급 계약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에 따라 록히드마틴은 연간 조정 EPS(주당순이익) 가이던스를 기존 27.3달러에서 21.85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방산 대장주, '국방+우주+AI' 삼각축으로 사업 영역 다변화
사진은 록히드마틴 최근 6개월 주가 흐름. /사진=김은옥 기자
시장에서는 이번 충당금이 일회성 비용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중장기 수주 잔고와 사업 다변화를 감안했을 때 향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록히드마틴은 ▲항공 ▲회전익 ▲미사일 ▲우주 등 4대 부문으로 주요 사업을 구성하고 있다. F-35 전투기 등을 개발 및 생산하는 항공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나머지 매출은 그 외 사업 부문인 미사일, 방공체계, 군용 헬기, 인공위성 등에서 발생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주와 AI(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록히드마틴은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JADC2(합동 전영역 지휘통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전장 네트워크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우주 사업 부문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 및 민간 위성 수요 증가에 맞춰 발사체와 위성체계 등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록히드마틴은 북미와 NATO(나토) 회원국 중심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바탕으로 1670억달러에 달하는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향후 최소 2년 이상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보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수주잔량은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고객은 미국 국방부(DoD)를 비롯해 NATO 회원국 및 우방국 국방부 등으로 신뢰도와 계약 이행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된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NATO 방위비 증가 요구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승하며 유럽과 아시아 지역 수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견고한 수주 포트폴리오와 장기계약 구조는 단기적인 실적 변동성이나 일회성 충당금 발생에도 중장기적인 성장성과 수익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핵심 지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록히드마틴의 매출 성장률은 미국의 국방 사업 및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에 따른 해외 수출증가 기대감에 힘입어 2027년까지 기존 예상치를 초과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며 "장기간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는 일부 제품의 경우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 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의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상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의 베스트셀러 무기 체계들은 협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수출 확대 기대감도 유효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적 리스크 지속 우려… 지정학적 변수도 '관건'
사진은 록히드마틴의 F-35A 전투기. / 사진 = 록히드마틴
다만 고정가 계약에 따른 비용 초과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록히드마틴의 구조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번 2분기에도 F-35 전투기 사업에서만 9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했으며, 이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2022년과 2023년에도 F-35 납품과 관련된 비용 초과가 보고됐으며 이로 인해 충당금이 발생하고 가이던스가 조정되기도 했다. 고정가 계약은 통상적으로 개발·생산 비용을 사전에 확정하고 계약사가 그 범위 내에서 납품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초과분은 전적으로 록히드마틴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방산 산업 특성상 부품 단가, 소재비, 인건비, 공급망 지연 등으로 인해 원가가 예측 불가능하게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연결된다. 특히 F-35와 같은 고난이도 첨단 무기체계는 설계 변경, 기술 검증, 품질 관리 등에서 변수가 많아 손실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각국 정부의 방위비 지출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면전 가능성 감소,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적 해빙 기조 등은 국방예산의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오히려 일부 감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신규 수주가 둔화되고 기존 사업에 대한 계약 변경 또는 규모 축소가 발생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매출과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들이 제시한 록히드마틴의 목표가는 500달러 이상이다. 모건스탠리는 록히드마틴의 목표가를 575달러로 제시했다. 번스타인은 551달러, JP모건은 520달러다. 그러나 추가 충당금 발생 여부에 따라 실적 및 밸류에이션 조정이 다시 이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 프로그램 난항에 이익이 급감했다"며 "장 개장 전 부진한 실적이 공개되며 주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 변경에 따른 세금 추가 발생 가능성과 EPS가 컨센서스대비 1/5수준을 기록한 점 등은 구조적 리스크를 시사한다"며 "올해 EPF가이던스도 하향조정됐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차세대 스텔스기 개발 경쟁이 심화된 것도 손실 배경 중 하나"라며 "단기적으로는 불안요인이 있더라도 방위산업은 MRO로 인한 장기 수익이 핵심인 만큼 만회 기회가 남은 셈"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