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칩스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와 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보조금과 세제 감면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자국 내 첨단 산업 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도 자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리쇼어링(생산기지 회귀)을 유도하며 투자 유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선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규제 입법이 추진돼 경영계는 기업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최근 법인세율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OECD 대비 법인세율이 낮다"며 "과세제도 합리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 첫 세법 개정안에 법인세 인상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구조 속에선 기업들의 투자 여력과 경영 자율성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투자 유치전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이 하락세인 상황이라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24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은 371억8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3.8% 급감했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 순위에서도 2022년 14위, 2023년 13위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17위로 네 단계 떨어졌다. 2023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낮았던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벨기에 등이 한국을 앞서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보다는 외부 주주의 단기 이익에 맞춘 의사결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환경은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기술 경쟁력 저하와 함께 기업 체질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상법 개정을 비롯한 규제 강화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자본시장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영 자율성을 해치는 과도한 규제가 누적되면 자본시장 전반의 활력이 위축되고 기업 생태계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자산 1조~2조원 미만의 상장사(약 324개)는 상장 폐지를 고민하거나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약 75개)은 인적분할 등 이른바 '기업 쪼개기' 유인이 커져 국가 경제 전반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압력 증가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MBO(경영진 인수)를 통한 상장 폐지가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상장폐지 사례 중 약 60%가 경영권 방어 목적의 MBO로 전해진다. 경영권 방어, 사모화, 주주 압력 회피 등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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