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경영 판단에 대한 형사처벌 남용을 막기 위한 '상법 및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스피5000 시대 실현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김태년 의원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형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경영 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우려를 완화하려는 보완 입법으로 상법 개정 이후 재계에서 제기된 우려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다. 여야 모두 배임죄 적용이 경영 판단 전반에 대한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어 해당 법안은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자 당내 경제정책 연구 모임 '경제는 민주당' 대표인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시수정구)은 지난 14일 경영 판단에 대한 형사처벌 남용을 막기 위한 '상법 및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 삭제와 형법상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아 고의적 사익 편취와 합리적 경영 판단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보완 입법 차원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했는데 재계는 충실의무 조항이 경영권 위협과 배임죄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우선 상법 제398조의2(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상법은 회사의 임원이나 이사가 임무를 위배해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의원은 "특별배임죄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중복된 법 조항을 정비하고 기업 경영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경영자의 자율성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보장해 투자와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형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하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현행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돌려 본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문언상 '손해를 가한 때'라는 요건에도 불구하고 판례와 실무에서는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도 배임죄 성립을 인정해 왔다.

김 의원은 "경영진이 시장 상황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했더라도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사적 자치 영역에 형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경영진이 본인과 이해상충 없이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면 배임죄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명문 규정을 두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의 취지를 보완하기 위함"이라며 "과도한 형사 책임 부담을 걷어내 경영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3일 충실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도 "배임죄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여야 합의가 이뤄질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도봉구을) 역시 같은 날 열린 당내 최대 정책연구모임인 '경제는 민주당' 세미나에서 "주주 충실의무 도입에 따라 재계가 배임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자는 건의를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자사주 의무소각제와 함께 배임죄 완화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