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이 149조9000억원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만기 도래 채권의 차환 수요와 경기 불확실성 속 유동성 확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 중 차환 목적이 30조5957억원으로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74.5%)보다 6.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시설자금 용도는 1조352억원으로 비중이 2.7%에 그쳐 최근 5년간 상반기 기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과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거 발행된 회사채들이 만기를 맞으면서 차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회사들의 자금조달도 크게 늘었다. 금융채 발행은 97조3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9684억원 증가했다. 특히 보험회사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5조1500억원 늘어나면서 기타금융사의 발행규모가 3조6610억원에서 7조144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지주채 발행도 7조635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800억원) 대비 21.6% 늘었다.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급증(43.4% 증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금융회사가 자산보유자인 ABS가 8조17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7% 급증했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CP(기업어음)·단기사채 발행도 757조7414억원으로 26.8% 급증했다. 기타ABCP가 36.4%, 기타AB단기사채가 46.0% 늘어나는 등 자산유동화를 통한 단기자금 조달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금리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기업들이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상반기 일반회사채 중 중기채(1년 초과 5년 이하) 비중이 95.5%로 전년 동기(91.5%)보다 4.0%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주식 발행은 4조2337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IPO는 중소형 위주로 진행되면서 규모가 줄었고, 유상증자도 주가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지분 희석보다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차환 수요와 유동성 확보 필요성으로 회사채 발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금리 동향과 신용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 조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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