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 책은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는 2018년 미국 대법관 브렛 캐버노 청문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폭력 혐의를 받았던 그는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오히려 ‘피해자’가 됐다.
이처럼 책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피해자 지위'를 권력으로 전환했는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권력자가 피해자 언어를 활용해 권력을 되찾는 과정을 분석한다. 그는 이를 "피해자성의 무기화"라 부른다. 정치와 언론, SNS에서 피해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릴리 출리아라키는 피해자성을 개인 권리가 아닌 정치·사회 자원으로 본다. 그는 미디어가 피해자를 어떻게 증폭하는지를 추적한다. 성폭력 피해 여성, 흑인, 장애인 등은 고통을 공유받는다. 동시에 백인 남성 권력자도 피해자 서사를 빌려 특권을 정당화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고통의 경쟁"이며 "가해자 중심 담론"이라 비판한다.
책은 △1장 어째서 피해자성인가 △2장 과거에는 누가 피해자였나 △3장 오늘날에는 누가 피해자인가 △4장 피해자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피해자성의 개념과 역사적 기원을 짚는다. 피해자성이 어떻게 근대성과 함께 등장했는지를 설명한다.
2장은 전쟁과 인권사의 사례를 분석한다. 백인 남성 군인이 전장에서 피해자 지위를 어떻게 획득했는지 살펴본다.
3장은 SNS 시대의 피해자 경쟁과 시장화 현상을 조명한다. 성폭력 가해자도 억울함을 말하며 공감을 유도한다.
4장은 집단적 정의 서사를 제안한다. 저자는 ‘피해자성 탐문법’을 통해 누가 어떤 맥락에서 피해자로 불리는지를 분석한다. 진짜 소수자의 목소리를 구조적으로 복원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책은 여섯 가지 '피해자성 기술'도 다룬다. △기득권 중심 공감 △피해자 이상화 △언어적 역전 △탈맥락 의미 왜곡 △완곡어법 △보편화 등이다. 출리아라키는 이 기술들이 소수자 고통을 흐리고, 특권층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는 조용하다"며 "그들을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씀/ 성원 옮김/ 은행나무/ 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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