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젊은 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그 시작점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있다.
'케데헌'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타일과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으며 공개 이후 관련 굿즈로까지 관심이 번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효과는 박물관으로까지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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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호도 모티브라는 공통점… 박물관 굿즈에 몰린 K팬덤━
극 중 인기 호랑이 캐릭터 '더피'와 까치 캐릭터 '서씨'가 민화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온라인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중 하나인 '까치호랑이 배지'가 더피와 많이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젊은 세대는 전통과 콘텐츠가 교차하는 이 지점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던 박물관이 새로운 문화의 교차점이 된 셈이다. '까치호랑이 배지'는 일시적인 품절 현상까지 벌어졌으며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인기 아이돌 굿즈 판매 현장을 방불케 했다. 현재 7차까지 예약이 마감됐고 8차 예약이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미 품절 안내문이 붙었으며 구매 대기표가 생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미경 국립중앙박물관 상품사업 본부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티저가 나온 지 이틀 정도 지나 반응이 폭발했다"며 "더피와 호랑이 배지가 닮았다는 말이 퍼지면서 온라인 숍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7000명 정도였던 방문자 수가 최대 60만명까지 늘었다"며 "사이트가 느려지고 매출도 크게 올랐다. 품절도 불가피하게 생기고 있고 오프라인 숍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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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0만명 몰렸다… 박물관이 이렇게 힙해도 되나요?━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실제로 '케데헌'이 공개된 지난달 중순 이후 일주일 동안 온라인 숍 방문자는 158만명을 넘었다. 기존 평균인 19만명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는 하루 약 65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약 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다.김 본부장은 "까치호랑이 배지는 지금까지 2만개 이상 판매됐고 8차 예약은 11월 수령 일정인데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밖에 갓, 도포 등 전통 요소가 들어간 상품도 동반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숍에 처음 온 고객들이 기존에 잘 팔리던 베스트셀러까지 함께 구매하면서 전체 판매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굿즈 인기에 힘 입어 관련 협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호랑이나 갓 같은 전통 요소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면서 내부에서도 가장 먼저 협업을 고려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준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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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지 않은 전통… 요즘 세대, '의미 있는 소비'로 다시 만나다━
이번 현상은 전통이 콘텐츠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흐름을 보여준다. 굿즈라는 친숙한 소비 방식은 전통을 일상에서 보다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다.김 본부장은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했던 전통이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 K콘텐츠에 대한 자긍심이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세대는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즐기고 경험하며 소비하는 걸 선호한다. 굿즈는 직접 사용하면서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흐름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면 가격보다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전통 요소를 담은 상품이 그들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이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콘텐츠와 굿즈를 통해 젊은 세대가 전통을 새로운 시선으로 경험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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