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에 대한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으나 식량안보와 우리 농축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타결 직후 SNS에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기타 품목을 포함한 교역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산물도 개방됐다고 썼지만 이는 트럼프식 표현일뿐"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농축산물에 대해 추가로 합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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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다른 쌀 수입 쿼터제━
정부가 쌀 시장을 방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약 41만톤의 쌀을 5%의 저율 관세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미국, 중국, 태국, 베트남, 호주 등 5개국에 513%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핵심은 이 41만톤의 물량이 5개국에 '국가별 쿼터'로 할당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 물량을 늘리고 다른 나라 물량을 줄이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4개국과 동시 협상도 가져야 한다. 미국만 더 늘려주려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미국이 한국에 단독으로 자국산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약 77만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글로벌 쿼터' 방식으로 운영하되 특정 국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미국은 일본에 압력을 넣어 전체 쿼터 내에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소고기 시장 역시 '30개월 미만 수입'이라는 기존 원칙을 지켜내며 추가 개방을 막았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산 소고기의 제1위 수입국이라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강조했다"며 "농축산물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과 역사적 배경을 미국 측도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99.7%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상태이며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고객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춰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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