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 내정자가 6일 경기 광명시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사고 현장에서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잇단 인명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정부가 건설면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고경영자(CEO)의 빠른 교체와 사고 수습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 내정자는 이날 경기 광명시 옥길동에 위치한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 공사장을 방문해 최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현장을 점검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4일 미얀마 국적 노동자 A씨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다. A씨는 사고 이후 사흘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송 사장은 공식 출근 첫날인 이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송 사장이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정부 요구에 따라 종합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함양-창녕 고속도로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올들어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 ▲4월 광명 신안산선 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 등 5건의 중대재해가 잇따랐다.

이에 정희민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5일 사고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후임으로 내정된 송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TF팀장(부사장)을 맡고 있고 30년 이상 안전·설비 부문에서 근무해 2021년부터 포스코이앤씨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역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정 전 사장의 사퇴 외에 아직까지 조직 개편이나 추가 인사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임원진 교체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법적 가능한 모든 수단 검토"… 고강도 제재 공식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이번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중대재해 문제를 강하게 질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연속된 인명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금지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모두 검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건설 사고 발생으로 건설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동아건설산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발생으로 1997년 건설면허가 취소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반기에 회사가 수주 입찰을 계획한 개포우성4차, 여의도, 압구정, 성수 등 정비사업들도 리스크가 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필연적인 고위험 작업이 많고 외부 변수도 커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막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예방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건설업체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공사 입찰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금융지원 배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제한 등의 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사고 발생일인 지난 4일 오후 1시34분께 현장에서 함께 일한 미얀마 국적 노동자 10명을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과 안전 수칙 위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경 기조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안전관리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만이 아닌 인센티브 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무사고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 등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사태를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건설업계 전체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향후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대재해 대응 방식과 안전관리 체계가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업계 전반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최고 수준 제재인 건설면허 취소 가능성도 고려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