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개한 '나의 보험료 상승의 주범인 보험사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국내 보험사기 금액은 역대 최대치인 1조1502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유형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이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사고내용 조작(58.2%), 허위사고(20.2%), 고의사고(14.7%)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들어서 보험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병원 등과 연계해 한의사, 전문의, 간호사, 가짜환자 등 각자 역할을 부여해 조직적으로 실손보험금 편취에 나서는 형태가 늘고 있다. 또 AI(인공지능)·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사고를 조작하거나 CCTV 영상을 위조하는 등 편법도 적발됐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5704억원으로 국내 자동차보험료 20조7000억원의 약 2.8%를 차지했다. 사기 적발금액이 자동차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0%, 2021년 2.1%, 2022년 2.3%, 2023년 2.6%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는 음주무면허 운전(18.2%), 고의충돌(18.1%), 차 사고 조작(16.9%) 등 자동차 관련 사기 유형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60대 이상은 허위입원(23.7%), 차 사고조작(17.6%), 상해사고 위장(14.6%) 등 순이었다.
보험사기 증가의 결정적인 이유는 낮은 처벌 수준으로 인한 것으로 하나금융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실제 2021년 기준 일반 사기 범죄의 유기징역 선고 비중은 59.3%를 차지했으나 보험사기 유기징역 비중은 20.2%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험금 지급 과정이 계약자의 도덕성에 의존하고 있는 점 역시 보험사기 증가 요인 중 하나다. 보험 계약자가 사고 발생 시 손해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가 늘면 위험 담보에 대한 보험사 지출액이 예상치를 웃돌아 보험요율이 상향 조정된다. 결국 계약자 전체의 보험료가 증가하는 구조다.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당국, 조사기관, 병원 등이 전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흥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험사와 단속·조사기관 등이 협업해 보험사기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험사기 유형이 진화함에 따라 AI 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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