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가계대출 규제 발표에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세제를 강화, 부동산 규제지역을 확대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가계대출 발표할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포함될 규제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 전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은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세 번째 대책을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대책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심의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갈아타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핀셋 규제'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논의하는 규제 카드는 주담대 한도 축소다. 현대 수도권은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4억원으로 조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6억원을 30년 만기로 대출받았을 때 월평균 원리금은 300만원이다. 주담대 한도를 4억원으로 줄일 경우 평균 원리금은 30% 줄어들 전망이다.
DSR 현행 40%에서 35%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당국이 총소득의 40%를 원금, 이자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세대출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이 있는 차주는 전세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가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일정 수준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 적용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도 정부의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일각에선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 주담대 한도를 더 조이면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혼부부와 청년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정책대출 한도까지 축소돼 이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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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 집값 못 잡아" 민간 공급 유인책 필요━
지난달 5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1964억원으로 지난 1월 4762억원 감소한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담대는 지난달 1조3135억원 늘어 지난해 10월 1조392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반면 집값은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넷째 주 아파트값 상승 폭은 성동구(0.59%), 마포구(0.43%), 광진·송파구(각 0.35%), 강동구(0.31%) 등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강화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넘어 풍선효과가 뚜렷한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도 6·27 규제 직후인 7월 3945건으로 위축됐다가 지난달 5186건으로 다시 5000건을 넘어섰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가 전세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격이 올라 주택시장 전반에 불안을 키울 수 있어서다. 대출 한도가 줄면 집을 사려던 실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면서 수요가 늘고 자연스럽게 전셋값이 상승하는 구조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은 공급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상승세를 꺾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의 매매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일시적으로 수요를 위축시켜도 만성적인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등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 변수들의 영향이 크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주택 공급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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