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에로스' 앨범 커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파격적, 실험적…. 악뮤 이찬혁의 음악에 대해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2022년 솔로 데뷔 후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찬혁은 2년 만에 발매한 앨범 '에로스'(EROS)로 다시 한번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지난달 발매한 정규 2집 '에로스'는 이번에도 이찬혁이 전곡 작사, 작곡을 맡은 앨범이다. 전작 '에러'(ERROR)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에로스'는 더 나아가 '타인의 죽음'과 그로부터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다.

'에로스'와도 맞닿아 있는 제목의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는 '진실되고 이상적인 사랑이 실재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전개된다. 이어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희망찬 멜로디가 교차되는 '시니 시니'(SINNY SINNY), 1980~90년대 레트로 신시사이저가 인상적인 '돌아버렸어'는 상실의 경험과 감정의 균열을 다루며 앨범 전반에 녹아든 서사의 시작을 알린다. TV쇼에 들어간 듯한 사운드의 'TV Show', 1960~7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멸종위기사랑', 뉴 잭 스윙의 경쾌함을 살린 '이브'(Eve), 차분하고 정적인 '앤드류'(Andrew), 몽환적인 무드의 '꼬리', 보코더를 활용한 기계음이 이색적인 '빛나는 세상'까지 9개 트랙이 담겼다.

'에로스'는 소중한 존재의 빈자리에서 증폭된 내면의 결핍,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이찬혁의 시선은 마지막 트랙, 마지막 가사인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만 그런 걸 바라는 우린 빛이 날 거야'에 담겨 울림을 안긴다.


앨범 전반적으로 이찬혁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가치관을 풀어낸 노랫말이 돋보인다. 여기에 독창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진다. 노래를 완성 짓는 퍼포먼스 역시 독특하다. 이찬혁과 다양한 모습의 댄서들이 안무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손짓과 몸짓, 눈빛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찬혁은 본격적인 솔로 행보 이후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직접적으로 소개하는 행보는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음악방송 인터뷰 자리에서 침묵을 택하거나, 무대에서 갑자기 삭발을 감행했다. 또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에서는 스스로 관에 누워 실려 나가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색적인 무대로 인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음악적 메시지를 시각화해서 울림을 안겼다는 호평과 함께 대중적으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찬혁은 최근 공개한 '에로스' 비하인드 비디오를 통해서도 "저는 불친절한 걸 너무 좋아한다, 사람들한테 직접적으로 쉽게 전달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더 깊게 계속 보면서 깨달아야 하는 말들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답을 알려주면 재미없다고 하는 게 이미 노래로 다 얘기해 놨으니까 그 답을 어렵게 찾아낸 사람들이 더 이 노래를 좋아할 거기 때문에 그걸 바란다"고 밝혔다.

이렇듯 전작 '에러'(ERROR)에 이어 이찬혁의 뚝심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다. 동생 이수현과 듀오 악뮤로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대중성 높은 음악을 선보여온 이찬혁은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이후 10년 만에 낸 솔로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알렸던 가운데, '에로스'로 다시 한번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이를 굳혔다. 여기에 현재 음원 플랫폼 멜론 차트 상위권에도 자리하는 등 대중적 성과도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