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박찬욱 감독 측이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이하 WGA)에서 제명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의 제작사 모호필름 관계자는 12일 뉴스1에 WGA 제명과 관련해 항소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결과를 올해 4월에 통보받았는데 그때가 한창 '어쩔수가없다' 후반 작업 때였다, 한국 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청문회 기간과 증거 자료 검토 기간, 심리 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치는 프로세스가 긴데 그 시간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WGA 조합원 아니라고 해서 작가로서 일하는데 제약이 있는지 판단했을 때, 그런 지점이 없었기 때문에 항소 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데드라인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WGA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박찬욱 감독과 돈 맥켈러맥켈러 등 파업 기간에 규정을 위반한 7인의 영화인을 징계했다고 발표했다. 박찬욱 감독과 돈 맥켈러는 제명됐고, 앤서니 치프리아노에 대해서는 2026년 5월 1일까지 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한 다른 3명의 멤버들에 대해서도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박찬욱 감독과 돈 맥켈러는 지난 2023년 WGA의 파업 기간에 HBO 드라마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를 집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앞서 WGA와 SAG-AFTRA(미국 배우조합)는 당시 6개월간 파업에 들어가 할리우드의 제작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모호필름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이 파업 기간에 '동조자'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동조자'의 각본은 파업 시작 한참 전에 완료됐고, 파업 전에 촬영도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당시는 '동조자' 후반 작업을 할 때였다, 편집하고 계실 때였는데 편집 과정 중에 설정을 수정 변경하자는 제안을 HBO에서 받았고 그것과 관련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에 감독님은 작가이자 감독이자 제작자로 세 가지 역할을 하셨던 거다, 그리고 아이디어 회의 거친 다음 현재 파업 중이니까, 작가로서 글 쓸 수 없으니까, 글로 남기는 건 파업이 끝나면 하자고 하고 글을 쓰지 않은 채로 편집의 시간이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수정 변경한 설정을 반영한 부분의 대본 작업은 파업이 끝난 후 진행했다는 게 박찬욱 감독 측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런 과정 자체가 규정 위반이란 판단을 (WGA 측에서) 처음에 하고 심사가 들어갔다, 조사를 했더니 심리 위원들도 의도적으로 위반했다고 보기 힘들고, 역할 자체가 작가고 감독이고 제작자고 하니까 그 과정에서 역할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고 생각해서 경고의 조치면 되지 않겠나 판단했고, 이사회 쪽에 그렇게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사회 측에서 이를 뒤집고 제명을 내렸다"고 과정에 대해 전했다.
더불어 모호필름 관계자는 디즈니와 HBO, 넷플릭스 등 주요 스튜디오 및 플랫폼 등은 WGA와 맺은 협약이 있어, 두 작가와 당분간 협업할 수 없다고 전한 외신 보도에 대해 "그렇지 않다, 조합에 속한 작가가 아니라고 해서 그 작가를 고용하지 않고, 따돌리는 것 자체가 조합이 존재하는 이유와 배치된다, 조합은 작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현재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어쩔수가 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이경미 감독, 돈 맥켈러, 이자혜 작가 등이 각본에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오는 8월 전 세계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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