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이 지난해 이후 수주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이 1조원 규모에 달해 조합원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 /사진=뉴시스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을 기반 삼아 성장해온 서희건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시인한 가운데 조합원들 피해가 우려된다.

지주택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자가 사업체를 구성해 정비사업을 수행하는 제도다. 해당 분야 1위 시공 실적을 보유한 서희건설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주식 거래가 금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합원 피해 대책을 지시해 계약 관계 중인 조합들의 사업 위험도 커졌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올 1분기 보고서에 공시된 지주택 사업은 총 19건 수주 총액 4조6216억원이다. 수주 잔고는 1조4936억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서희건설은 2008년 지주택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누적 수주 10조원을 달성했다.

문제는 사업 초기 단계에 놓인 곳들이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남양주 오남3단지·이천 안흥·인천 마전·평택화양센트럴2차 등 4건의 수도권 지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이들 사업장의 수주 총액만 약 9860억원에 달하고 미집행 잔고도 8820억원이다. 사업 초기이거나 착공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선 계약 해지의 위험도 있다.

지주택 사업의 경우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액 등 분쟁 요소가 많아 수차례 제도 개선이 이뤄져 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지주택 사업장은 618개 조합원 수 26만명이고 187개 조합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의 성장으로 시공능력 순위가 2020년 33위→2021년 23위→2022년 21위→2023년 20위→2024년 18위→2025년 16위로 상승했다.
서희건설 지역주택조합 수주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금융 조달·신규 수주 제한 가능성 커져
서희건설 창립자 이봉관 회장은 김건희씨에게 6000만원 상당의 명품 목걸이를 선물했다고 자수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서희건설의 주식은 현재 거래 중지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가 검토되고 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는 다음 달 2일 전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서희건설은 구속 기소된 개발사업부문 송모 부사장이 용인 지주택 사업과 관련 전직 조합장에게 13억7500만원의 뒷돈을 건네고 대가로 물가상승분 1.7배에 달하는 385억원의 공사비 증액에 합의한 혐의로 횡령·배임 사실을 공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지주택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6월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서희건설을 직접 언급했고 국토교통부는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향후 ▲특검 수사 결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 ▲금융권의 신규 대출 심사 강화 ▲기존 조합의 계약 유지 여부 등도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기존 수주한 사업들도 착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에 따르면 도급계약과 관련해 부정 청탁을 받고 금품과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 대해선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특검 수사와 정치 리스크로 신규 수주와 금융 조달, 주주 신뢰가 부정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건설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