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1회말 두산의 박준순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5.7.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어느덧 시즌 막바지인데, 여전히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치열한 선두 싸움 중인 한화 이글스가 풀리지 않는 '5선발 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화는 지난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9로 완패했다. 5연승 후 다시 2연패에 빠진 2위 한화(65승3무44패)는 1위 LG 트윈스(68승2무43패)와 격차가 다시 2경기로 벌어졌다.

시작부터 흐름을 내줬다. 한화 선발 황준서가 1⅔이닝 5피안타 7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면서 마운드 운용이 꼬였다.

1회부터 수비 실책이 속출한 변수도 있었지만, 황준서는 위기를 극복하고 긴 이닝을 끌어주길 바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2회 2사 후 집중타를 맞고 빅이닝을 헌납한 것이 아쉬웠다. 패전 투수(1승6패)가 된 황준서는 선발 3연패에 빠졌다.


5선발 고민은 한화가 시즌 초부터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시즌 말미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한화 선발투수 엄상백이 실점 위기 상황에 최재훈 포수와 논의하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엄상백의 부진이 고민의 시발점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13승(10패)을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엄상백이 5선발 역할을 잘 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78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엄상백은 부진을 거듭했다. 19경기에 등판(선발 16경기)했지만 따낸 승수는 단 1승(7패)에 불과하다. 2군행 극약처방도 소용없었다.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9일 LG 트윈스와 경기에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는데, 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뒤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엄상백이 부진할 때 기회를 받은 투수가 황준서였다. 1차 지명으로 입단했을 만큼 잠재력이 충분한 투수로 기대를 모았고, 언젠가는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줘야 할 선수다. 프로 2년 차인 올해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여전히 알을 깨지 못하고 있다.

한화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5.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5선발로 영입한 엄상백에 대체 선발 황준서마저 부진하면서, 한화 마운드 운용도 꼬였다.

5선발 등판 때마다 조기강판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불펜 소모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불펜 피로 누적은 최근 경기에서 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수들의 휴식은 보장해야 하니 불펜 기용 기준도 들쭉날쭉하다.

당장 다음 주 선발 로테이션도 고민이다. 19~21일 두산 베어스와 홈 3연전엔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이 등판할 수 있지만 SSG 랜더스를 상대하는 22일과 23일이 문제다.

팔 타박상을 당한 4선발 문동주가 한 텀을 거르게 되면 두 명의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지난 15일 NC전에 대체 선발로 등판해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김기중은 16일 1군에서 말소된 상황이라 해당 날짜에 등판이 불가능하다.

결국 22일과 23일엔 또 다른 대체 선발과 황준서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엄상백이 다시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투수들을 두고 벤치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