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디자인 컨셉 사전'은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이론·실행·타이포그래피·매체를 관통하는 82개 핵심 테마를 한 권에 묶었다. 책은 기획과 판단의 언어를 갖추는 일이 왜 더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먼저 '왜 디자인을 언어로 배워야 하는가'를 묻는다. 도구보다 사고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감각을 설명하고 협업에서 오해를 줄이는 최소한의 어휘를 제시한다. '감각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명제가 책을 관통한다.
이어서 디자인의 역사를 살핀다. 아방가르드, 바우하우스, 스위스 양식, 포스트모더니즘, 디지털 그래픽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궤적을 짚으며 시대정신과 스타일이 어떻게 결합·충돌했는지 보여준다. 각 장은 사조의 형식적 특징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놓인 사회·기술·윤리의 맥락을 간결한 사례로 묶는다.
디자인의 이론에서는 기호학·미학·게슈탈트·색 이론 같은 토대를 통해 '왜 이렇게 보이는가'를 설명한다. '디자인 정치학'과 '직업윤리', '젠더·인종·섹슈얼리티' 항목은 디자인이 권력과 문화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요즘 화두인 '탈식민지화' 논의까지 비판적 사고의 프레임으로 묶는다.
실제 사례에서는 그리드·계층구조·비례 같은 기본부터 픽토그램·시각언어·접근성·환경 등 현장 의사결정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문제 해결'과 '그래픽 위트' 항목은 기능과 개성이 충돌하는 지점을 다루며, '우연과 우발'은 창작의 예측 불가능성을 방법론으로 끌어들인다.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서체 분류와 디지털 타이포그래피, '서체 심리학'을 통해 글자가 의미와 정서를 어떻게 지휘하는지 해부한다. '레터링' 항목은 '문자를 그리는 예술'과 '쓰는 예술'이 어떻게 다른지, 언제 어떤 선택이 적합한지를 실제 작업 단계의 질문으로 환원한다.
매체별 전략도 제시한다. 포스터부터 편집, 브랜드 아이덴티티, 인포그래픽, 모션 그래픽, 웹사이트, UI/UX, 소셜 미디어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음반 산업의 변화처럼 매체 환경이 달라질 때 시각 언어가 어떻게 재배치되는지도 담담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덕목은 '보는 눈'을 '설명하는 말'로 바꾸는 데 있다. 팀을 설득하는 기획자, 크리에이티브 브리프를 쓰는 에디터, 산만한 레퍼런스를 정리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이 사전은 작업 전 과정의 기준점이 된다.
△디자인 컨셉 사전/ 테오 잉글리스 지음/ 이희수 옮김/ 윌북/ 2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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