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김은옥 기자
카드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 정완규 제13대 회장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차기 협회장 선출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관료·민간·학계 출신 후보군이 거론되는 가운데 또 다시 '관료 낙하산' 인선이 반복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5일 종료된다. 정관상 연임은 가능하지만 실제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정 회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연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여신금융협회는 주력인 신용카드사와 캐피탈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을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은 이달 말 후보자 신청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예정이다. 여신협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면 회추위는 복수의 지원자를 공모해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친다. 이후 최종 후보자 1인을 추천하고 회원사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확정한다.

현재 하마평에는 관료·민간·학계 인사가 고르게 거론된다. 관료 출신으로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서 전 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유광열 전 SGI서울보증 사장은 후보군에 올랐지만 기자와 통화에서 "출마 의지가 전혀 없다"며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간에선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이창권 KB금융지주 디지털·IT 부문장이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가장 적극적이다. 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저는 꼭 출마할 것"이라며 강력한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한카드 리스크관리팀 근무, 언론사 기자, SK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친 업계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맹점 수수료 폐지, 종합지급결제업 신설,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2010년 여신협회장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이후 지금까지 선출된 5명 협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필수라는 이유로 관료 출신이 우위를 점해왔지만 성과 부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번에는 업권 이해도가 높은 민간·학계 출신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 협회장은 당국과의 가교 역할은 했지만 업계 현안을 정책에 반영하는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카드·캐피탈 산업이 신사업 발굴과 제도 개선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업계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